국가권력의 치명적 폐해
정우성과 조인성 그리고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모였지만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한 영화가 있다. 더킹이라는 영화는 권력을 추구하는 검찰의 어두운 이면을 그렸지만 여러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기시감 때문인지 이미 그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편부모 밑에서 자라난 박태수는 자신에게 의외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인데 현실에서는 거의 아니 아주 희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사시 1,2차를 한 번에 합격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당시 부장검사인 권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던 한강식이었다. 한강식과 박태수를 연결해주는 것은 박태수의 선배이자 검사 선배인 양동철이다.
권력에 의해 권력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되는지는 현실에서 충분히 기사로 많이 본 적이 있다. 그들은 권력에 취해 어디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권을 지향하는 검찰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그들에게 주어진 권력을 공정하지 않게 사용한다.
이들의 공정하지 않은 권력게임은 비단 이들에게서만 시작되지 않았다. 애초에 일제강점기에 활약했던 친일파들이 그대로 그 역할을 맡으면서 정의라는 것은 이미 그 길을 잃어버렸다.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취득하고 그것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쓰기 위해 언제든 장전된 총처럼 준비되어 있다. 온갖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는 이유는 사람들은 그들의 더러운 이면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을 잘 아는 그들은 미디어를 이용해 여론을 움직인다.
박태수는 그들과 함께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여자를 사고 권력이 주는 향에 조금씩 조금씩 취해간다. 한 컵의 술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한 병의 술에 누군가는 죽어갔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이 사회가 어떻게 썩어가는지 더 킹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태수의 와이프 역할로 나온 김아중은 영화에서 그나마 선을 지키는 사람이다. 잘 나가는 사업가를 부모로 둔 그녀는 박태수의 양아치 같은 스타일이 좋아서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양아치 같은 스타일이 싫어서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좋은 이면이나 매력적인 내면이 있는 반면에 그걸로 인해 누군가를 잃기도 한다.
더킹에서 오로지 정의를 위해 뛰는 검사는 안희연을 맡은 김소진이었다. 강단 있는 여감사로 기수로는 선배인 검사들을 쳐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부자들의 이엘이 섹시의 매력을 가진 연기자라면 더킹의 김소진은 내면의 매력을 가진 연기자였다.
국가권력은 사익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났기에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껏 활용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흘리고 여론을 조작한다. 사소한 것도 그들이 크게 부풀리면 크게 되고 큰 사건도 그들이 축소하면 별 것이 아니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들을 털어도 당시 공정하게 수사하였다고 말하면 모든 것이 묵살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영화다.
재능 있는 사람은 모방하고 천재적인 사람은 훔친다. 권력을 모방했지만 영원히 그들의 것이 되지 않는다. 힘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