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터

굳이 그를 선택해야 했을까.

리암 니슨을 실제로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는 배우중 하나다. 테이큰 시리즈로 인기를 얻어서 그런지 몰라도 리암 니슨의 이미지는 딸 바보 전직 비밀요원으로 굳혀졌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배역보다는 무언가 쫓기고 싸우고 적들을 제압하는 역할을 많이 맡아 왔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도 액션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에게 그런 배역이 자꾸 주어지는 것을 말이다.


커뮤터 (통근자, 교외 통근자)라는 영화에서 리암 니슨은 전직 경찰로 퇴직을 하고 보험을 파는 영업사원으로 등장한다. 전직 경찰이라고 했지 예전의 비밀요원처럼 싸움을 전문으로 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플롯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무언가 복잡한 듯 보이지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거대한 음모가 뒤에 도사리고 있을 것 같지만 그런 힘을 가지고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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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경찰 당시 그가 유능했다는 어떠한 증빙은 없다. 그냥 동료였던 후배 경찰을 7년 동안 잘 보살폈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한다.)인 마이클은 위험한 일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평범한 보험설계사의 삶을 10년 동안 살게 된다. 그러나 돈 들어갈 곳은 많고 굳이 주립대학교 가겠다는 아들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학으로 보내기 위해 부동산 중개일을 하는 와이프와 생고생을 하는 중이다. 대출 갚을 것은 두 개나 있고 모아놓은 돈은 없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이들은 1주일 뒤의 계좌에 펑크가 날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년을 일하던 보험회사에서는 딸랑 보험증권을 하나 더 주며 나가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버린 마이클은 마지막으로 커뮤터로 타던 열차를 타게 된다. 그런 그의 사정을 너무 잘 아는 것 같은 여자가 그의 앞에 앉아 지나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한다. 아주 단순한 일 하나만 해주면 계약금으로 25,000달러를 주고 일이 끝나면 75,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설마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칠 때 여자는 마치 악마의 탈을 쓴 천사처럼 기차에서 내려 사라진다. 여자가 말한 곳을 뒤져보니 정말로 25,000달러가 있지 않은가. 그 돈만 받고 대충 나가려고 했지만 세상은 그의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이중삼중의 덫을 그의 앞에 깔아놓고 그를 죄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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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그의 가족이 위협을 받기 시작하고 그는 시킨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히 말해주면 좋았을 걸 처음에는 이 기차를 타면 안 될 사람이 탔다는 둥 이름도 모호하게 알려준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누굴 테스트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지 궁금할 때쯤 마치 그를 바로 앞에서 감시하는 것처럼 슬쩍슬쩍 압박을 가한다. 이쯤 되면 테이큰에서의 실력이 나와야겠지만 커뮤터에서는 그냥 전직 경찰일 뿐 전지전능한 요원이 아닌 걸 어떻게 하겠는가. 한 사람을 상대하기도 벅찬 그에게 자꾸 무언가를 찾으라고 하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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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담당기자들은 과연 이 영화를 보고 글을 썼는지 궁금하다. 최악의 열차 테러를 막는 리암 니슨이라는 기사를 쏟아내는데 사실 열차 테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냥 눈에 가시 같은 한 사람만 제거하면 되는데 마이클이 꼰대처럼 그 사람을 구하겠다고 나서니 종착역이어서 사람도 적어서 다 죽여도 되겠다는 생각에 열차 테러처럼 만든 것뿐이다. 이 시점에서 왜 마이클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진다. 영화 속에서 정의감은 있을지 몰라도 딱히 실력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어리숙해서 선택했을 수도 있다. 돈은 없고 무언가는 해야 되겠고 게다가 전직 경찰이니 대충 써먹으면 되겠다는 계산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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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터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매일 통근하면서 익숙한 얼굴들을 보는 가운데 낯선 사람을 가려내는 그런 것은 사용하려고 한 모양인데 그런 콘셉트 치고는 살짝 어리숙하다. 영화의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그냥 맘을 툭 내려놓고 본다면 무난한 액션 영화다. 리암 아저씨의 모습을 다시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도 있다.


그렇게 거대한 권력을 가졌으며 어디든 손을 안 뻗친 데가 없다는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애나를 매니저로 사용했는지는 살짝 궁금해진다. 그런데 리암 니슨이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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