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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엉성하고 오글거리고 대박

윈터 솔저에서 보여준 블랙 팬서의 이미지와 액션이 강해서였을까. 단독 주연의 블랙 팬서에 적지 않은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윽고 뚜껑을 연 블랙 팬서는 기대한 것보다 스토리와 상황 설정의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었다. ‘시빌 워’ 이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는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보호하고 자신의 국가를 지켜야 할 왕의 자리에 오른다. 우선 아프리카에 떨어진 비브라늄은 거의 만능이다. 얼마나 많은 양이 매장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과학기술부터 의복, 의료, 무기 심지어 그걸로 무언가를 해먹을지도 모를 정도로 완전 만능이다. 비브라늄을 뺀다면 사실 와칸다에 있는 종족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 그렇다 치자. 선택된 종족이 사는 와칸다에만 신의 선물 비브라늄이 있어서 아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비브라늄은 어디에 스며들지 모를 정도로 전역에 퍼져 있다.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는 왕만 마실 수 있다는 신비의 명약을 마시고 캡틴 아메리카에 대적할만한 신체적인 능력을 지니게 된다. 기술적으로 앞선 그들은 왕위 계승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뽑는다. 지도력이나 지적능력보다 우선 싸움을 잘해야 한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 앞선 과학기술을 가졌다는 그들의 행동은 어딘가 모순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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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칸다의 왕이 된 티찰라는 유머와 여유를 아이언맨에게 배우다 말았는지 어딘지 어색한 여유와 농담만 늘어놓는다. 확실한 건 캡틴 아메리카보다 덜 진지하다는 사실이다. 액션과 카체이싱 장면은 평타를 쳤지만 나머지에서는 오글거리는 장면들로 인해 몰입을 방해한다. 주의: "이 영화는 20세 미만만 볼 수 있으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포스터 아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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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으로 등장한 애릭 킬몽거는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와칸다에서 살지 못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특수부대 등에서 활동하다가 그냥 사람들을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인물이다. 갑자기 어디서 동족 의식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의 흑인 20억 명을 모두 종족이라고 생각하면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작스럽게 와칸다로 찾아가서 내가 숨겨진 왕족의 아들이다를 외치며 티찰라에게 도전해서 우선은 이긴다. 그 과정을 민주적이라고 해야 하나 티찰라의 오만이라고 해야 하나... 매우 고민되고 어이없는 상황극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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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부산에 가서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세팅한 덕분에 마치 부산에서 액션신이 벌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받았다. 그리고 영화 속에 한국은 왜 이리 촌스러운지 모르겠지만 트럭 이름이나 가게 이름들은 요즘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것들을 사용해 촌스러움을 극대화시켰다. 그나마 부산에서 야경이 괜찮기로 유명한 다리 정도가 촌스러움을 퇴색시켰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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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프리카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부산에서 카체이싱 액션을 제외하면 액션이 훌륭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윈터 솔저에서 블랙 팬서가 나오는 장면만 다시 편집해서 보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그래도 짐승의 이빨을 닮은 것을 주렁주렁 달은 목걸이 하나만 있으면 착용되는 슈트 정도는 조금 부러웠다. 왕의 이름이나 블랙 팬서보다 신비의 금속이라는 비브라늄이 더 많이 언급되고 더 많이 대사에서 차용되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블랙 팬서가 아니라 비브라늄이 맞을 듯하다. 그리고 무언가 있을 것 같은 CIA 요원으로 등장한 마틴 프리먼은 호빗으로 다시 돌아간 연기를 보여주며 부제를 '호빗 : 블랙팬서와의 조우'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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