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전쟁의 시작과 영웅화
9.11 테러 그리고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막강 전력을 가진 미국에 전면으로 대항하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는 것을 이라크전 이후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깨닫고 있는 사실이었다. 9.11 테러는 비정규전이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는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현재 미국으로 쏠린 군사력의 불균형이 너무 심각한 나머지 잠재적으로 대항을 할 수 있는 국가들조차도 미국은 제외할 지경이다. 어디에서든 간에 미군의 인력과 장비는 전 세계에서 최고에 속한다.
9.11 테러 이후에 탈레반의 본거지 아프가니스탄에 12명의 정예대원이 도착한다. 숫자로만 본다면 12 : 50,000의 대결로 의미가 없지만 미군이 구축해놓은 시스템 덕분에 이들은 가능한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역시 미국이 최고라는 결말에 이르는 것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미국이 구축해놓은 군사 시스템과 ODA 595 선발 분견 대인 특수부대원들의 애국심 등은 내심 부러웠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적지 않지만 정예라고 부를 수 있는 부대는 많지 않다. 글쎄 공수부대원들이 그런 부대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냥 정신력으로만 빡센 부대가 정예는 아니다. 미군이 부러운 것은 시스템과 인력이 같이 조합을 이뤄 간다는 것이다. 12 솔져스에서 보는 것처럼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군인 정신만 제대로 있다면 군인 수는 그냥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군인의 숫자로 전쟁을 하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버렸다. 아! 군인의 숫자가 유지되면 좋은 건 딱 하나 있다. 윗대가리들의 숫자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 테러의 거점이 되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공격하여 궤멸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12명뿐이 투입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정예대원으로 맡은 바 역할 이상을 해내면서 탈레반을 궤멸시킬 정도의 활약을 보인다.
이라크 전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계자를 고른 후 밀어준다. 한국이 그랬고 베트남과 이라크, 그리고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분쟁 국가에서 그래 왔다. 탈레반을 궤멸시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고른 인물은 바로 도스툼 군벌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으나 어떤 인물인지 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영화 속의 이미지가 그렇게 나쁘지 않을 뿐이다.
4세대 전쟁은 이제 전통적인 방식의 총력전이나 전면전이 아닌 비대칭 전투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더 첨단화되고 무기와 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더욱더 세분화될 것이다. 미국은 정면으로 공격하기에는 너무나 강하고 큰 국가다. 12명이서 이렇게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의 전 하늘을 미국이 제어 가능한 상황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들을 제압할 때의 전설적인 제7기병대처럼 12명의 군인들도 말을 이용했다. 그렇게 미국의 입맛에 더 맞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커저버린 힘을 가지고 마음껏 주물르려고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킬링타임용 영화로 나쁘지 않다. 나름 쾌감도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