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면 쉽게 끝난다.
도쿄 여행을 할 때 제일 첫 번째 버킷 리스트에 신주쿠를 넣는다. 쇼핑 천국이면서 늦은 밤까지 즐길 수 있는 신주쿠에는 도쿄 최대의 유흥가인 가부키초가 있다. 신주쿠의 하루 유동인구는 무려 400만 명에 이른다. 그곳에는 일본의 별별 사람들이 모여서 온갖 군상과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게으르게 살면서 쉽게 돈 벌고 싶은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삶은 쉽게 살려고 하는 만큼 쉽게 그 결말에 다다른다.
게으르지만 폼나게 살고 싶은 타츠히코는 신주쿠 거리를 배회하다가 우연하게 스카우터(유흥업에 종사할 여자 종업원 모집책) 일을 제안받게 된다. 그럴듯한 이름의 직업처럼 보이지만 그냥 쉽게 살기 위한 여자를 픽업해서 유흥가로 넘기는 일이다. 그곳에서 받는 돈의 10%를 떼 가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겉으로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명목상의 이유를 달지만 결국 쉽게 살고 싶은 남자가 쉽게 살고 싶은 여자를 꼬시는 일이다.
성을 팔고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돈이 매개체가 된다. 사람의 몸을 사는 것이기에 물건처럼 취급되고 물건은 소중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돈에 기반한 현대판 노예처럼 취급된다. 돈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사회에 첫 발을 잘못 내딛고 폼나게 살려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신주쿠의 조직들은 성장해 간다.
타츠히코는 돈으로 사람을 사고팔고 물건처럼 취급되는 신주쿠에서 유일하게 인간성을 가진 캐릭터처럼 그려진다. 책 한 권 읽지 않은 타츠히코는 우연하게 만난 한줄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아게아의 星の王子さま (어린 왕자)가 무슨 책인지는 모르지만 주어서 가방에 넣어준다. 적당히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는 싶고 그리고 사람을 마치 말하는 재산처럼 취급하며 약자를 누르고 거리를 지배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일어나야 하지만 쉽게 가려는 사람들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버린다. 그들만의 세상에 탈출구는 없다. 정상적으로 먹고살만한 재주를 만드는 것보다 쉽게 가려는 사람들은 삶의 중요한 가치를 영원히 알지 못한 채 겉만 화려하고 속은 곪아 버린 세상에서 뒹굴면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