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여행은 아직까지는 지구라는 공간 그것도 안전이 확보가 된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갈 수 있다. 오지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여행은 최소한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억만장자 정도 되어야 달로 갈 수 있는 소원을 빌 수 있는 시점에서 마지막 여행을 달로 가고 싶다는 미술가가 있었다. 천안의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는 곳에 자리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미술관이 있는데 아라리오 갤러리라고 불리는 그곳에서는 연중 다양한 작품전이 열린다.


MG0A1033_resize.JPG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올해 상반기 전시는 지난해 고인이 된 정강자의 첫 번째 회고전이다. 홍대 서양화과를 졸업해 한국화단에 등단한 정강자는 1970년 여성의 몸을 작품으로 위치시켜 개인으로서의 주체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무 체전'의 강제철거로 인해 한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다.

MG0A1037_resize.JPG

보통 사립 미술관은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는 백화점, 영화관등이 밀집도니 곳에 있으면서 대중과 문화가치를 공유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작가들 뿐만이 아니라 안젤름 키퍼, 키스 헤링, 프롬 라이프치히, 데이만 허스트, 허스트 헤민 등의 전시를 유치하면서 시민들이 다양한 색채의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MG0A1044_resize.JPG

입구의 좌측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중에서 마럴린 먼로를 그린 작품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Oh! Marilyn'은 강형구 화백의 2014년의 전시전의 작품들로 그의 뮤즈인 마럴린 먼로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MG0A1045_resize.JPG

섹시 캐릭터의 대표인물이었던 마럴린 먼로는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의 대표적인 매력을 상징한다. 강형구 화백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눈이다. 어떤 마럴린 먼로를 상상하면서 그렸을지는 모르지만 금발머리와 어린 소녀 같은 목소리, 천진난만한 순수함과 함께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던 그녀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MG0A1048_resize.JPG

약 60점이 전시되어 있는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의 작품전은 정강자의 초창기 작품과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려고 했던 작품세계가 펼쳐지는데 특히 여성으로의 역할과 그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이 엿보인다.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작품전은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시기별 대표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대형 회화작품과 조각,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MG0A1055_resize.JPG

작품들을 보면 작가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보인다. 홀로 캔버스 앞에 서서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던 고독감과 자신이 그리려고 했던 모습들은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억압되었던 자아가 투명되어 나타난다.

MG0A1056_resize.JPG

여성과 남성, 억압과 해방, 전통과 현대는 서로 대칭되는 개념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들은 서로를 배척하고 반대편에서 서로 이해를 하지 않는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강자는 마체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표현방식을 끊임없이 찾았는데 인간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우주적 관심으로 확장되려는 시도를 했다.

MG0A1058_resize.JPG

추상이라는 것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모두 다른 것을 작품들을 의미한다. 작가는 다년간의 오지 여행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한복 치마를 두 가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수천 년을 남성우월주의의 지배에서 억압받고 유린당해온 우리 여인들의 깃발" 혹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다.

MG0A1060_resize.JPG

작가라면 집념이 있어야 한다. 정강자의 집념은 무엇이었을까. 억누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던 그 시설에 여성의 주체성은 외면받아야 했었다.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들은 보통 선정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의 미투 열풍에서 보듯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특정분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MG0A1065_resize.JPG


여성으로서의 주체성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신념은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의 전통문화와 추상으로서 전개가 되었다. 우리말로는 전위(前衛)라고 하며 전위예술을 의미하는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전통과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향과 운동을 보여준다. 문화적으로는 기존에 당연시되던 것에서 벗어나 경계를 허무는 초현실주의 예술은 프랑스어로 ‘선발대(Vanguard)'를 의미한다.


마지막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직 그걸 생각하기에는 이르기도 하지만 말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정강자의 첫 번째 회고전인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는 색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물이 탐구된 뒤에 앎에 도달한다. 앎에 도달한 뒤에 의지가 성실하게 된다. 의지가 성실하게 된 뒤에 마음이 올바르게 된다.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I want my last trip to the moon

정강자

50 Years of work

1.31 - 5.6, 201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법의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