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맛 영화가 있나.
『은혼』은 에도 막부 말기 일본을 침략한 것이 미국 해군이 아니라 외계인이었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 스토리 기반의 만화다. 만화를 실사화해서 만든 영화는 어떨까. 천애고아로 태어나 사람 시체를 뒤져 먹으며 비참하게 살다가 쇼요 선생 슬하에서 검술과 예절을 익히고 천인과의 전쟁인 양이 전쟁에 참전해 ‘백야차’로 불렸을 만큼 엄청난 실력을 가졌지만 이후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바보(?) 같이 살아간다.
갑신정변, 을미사변, 한일합방 등이 일어나기 전에 일본은 에도 막부가 지배하고 있었다. 한국은 뼈 아픈 역사라면서 외면하고 기억하기 싫어하던 그 시기를 일본은 자신들의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빗대자면 일본의 존왕양이 운동(尊王攘夷運動)을 말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이 다른 것이 있다면 서양의 침입에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흡수를 통해 강대국으로 발돋움을 하려는 일본과 열강들의 틈새에서 소극적으로 대항하다가 힘을 비축하지 못해 결국 강제 합병당한 차이 정도라고 할까.
이상한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은혼을 보면 일본의 사카모토 료마를 연상케 한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다이묘와 조선의 안동 김씨, 풍양조씨등의 기득권과는 매우 닮아 있었다. 홍대용과 같은 걸출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외면했지만 일본은 아라이 하쿠세키나 8대 쇼군이었던 도쿠카와 요시무네와 같은 에도 막부의 지도자들에 의해 서양 연구의 후원이 있었다.
항상 태평하고 바보 같으며 허술해 보이는 긴토키는 무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어릴 때의 기억과 은둔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오토세의 도움을 얻어 해결사 사무소를 열지만 제대로 돈은 벌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병맛의 연속이고 유치하고 쓸데없이 멋있는 척한다. 바람의 검심이 조금은 진지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라면 은혼은 그냥 계속 까불거리는 사무라이의 이야기다. 일본의 시대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후쿠자와 유키치의 명저 '서양 사정'을 읽을 필요가 있다. 서양이 가져온 파격적인 기술과 위력의 영향력은 일본을 바꾸었다.
병맛이지만 병맛 코드가 매력적인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일본이 유일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당하게 믹싱할 수 있는 것도 경쟁력이다. 특이한 것을 특이하지 않게 만들고 그 이야기를 다른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마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병맛이다.
근데 일요일에도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