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설정, CG, 스토리까지 난국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 부산행을 이야기하면서 염력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부산행도 어디선가 본듯한 스토리를 적당하게 엮은 졸작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었다. 용산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기는 했으나 영화를 홍보할 때의 초점은 마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와서 그 기대감이 무너지니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면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
영화는 서민 히어로의 탄생과 분투를 그리고 있다. 그 와중에 코미디를 집어넣었으나 웃기지 않았다. 정치적인 색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약하기 때문에 정의롭다는 것은 맞지가 않다. 약한 것과 정의로운 것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돈이 없기에 마음대로 다루어질 수는 없지만 주장하는 것 모두가 옳지는 않다. 혹자는 약자에 속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여 흥행을 꾀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그건 마치 약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처럼 말하는 우를 범하는 저급함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자신의 아내를 잃고 갑작스럽게 염력이라는 초능력을 얻었다. 이 남자는 부성애가 지극해서 딸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갑작스럽게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이타심도 생겼다. 여기에 정치적인 색을 버무려서 현 정권과의 색깔을 같이 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홍보는 마치 할리우드 엑스맨을 보는 듯하는 착시를 일으켰다. 자 생각해보자 맛있는 초밥을 먹으려고 간 곳에서 밍밍한 잔치국수를 준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슈퍼 히어로물이던지 뮤턴트 시리즈든지 간에 상관은 없다. 그런데 앞에 한국산이라고 붙는 순간 영화는 실패한 것이다. 한국에서 만들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게 만만했던가. 언제까지 보호장벽을 쳐주고 바둑에서 몇 점을 깔아놓고 경쟁하려고 하는가. 스토리가 된다면 굳이 큰 자본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경쟁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약자의 이야기를 염력이라는 소재로 풀어냈지만 여전히 약자는 정의롭다는 오판을 한 영화가 염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