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부 말기 사무라이 직업의 종말
현대에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일하는 군인들을 용병이라고 한다. 주로 미국이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지만 유럽의 군사조직들도 그렇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나 프랑스 등은 용병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로 유명하다. 일본의 경우 막부시대에 돈을 받고 특정 조직을 위해 칼을 휘두르던 직업군을 사무라이라고 불렀다. 상급 무사던 하급무사던 간에 그들은 집안의 가장이었으며 먹고살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았다.
막부 말기에 일본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직업군 중에 하나인 사무라이의 종말은 그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 극렬한 저항을 하게 만들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칼을 휘둘러 사람을 베고 죽이는 일밖에 몰랐던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거부했다. 메이지 유신이 무르익어 가던 시절 활동가들의 지적, 정치적 경험은 일본 사회가 서양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제대로 없었다.
메이지 유신이 무르익어 갈 때 교토의 한 구석 미부(壬生)에서 탄생된 신선조(新選組)에 (수도의 치안을 담당한 국가경찰 조직) 모리오카의 남부 번(藩, 에도시대 다이묘가 다스렸던 영지, 주민, 통치기구의 총칭) 출신의 요시무라 칸이치로(나카이 키이치)가 입대한다.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사무라이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돈을 받아낸다. 그렇다고 해서 사무라이 정신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유신기에 이루어진 활동은 어떤 특정 집단의 사회적 분노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교토의 치안을 책임지던 신선조의 임무가 해체되고, 정권을 천황에게 반환하는 대정 봉환(大正奉還)이 이루어지지만 신선조의 무사들은 자신들이 모셨던 ‘쇼군’을 위해 전투에 참여한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사람에게 채무를 진다는 온을 이해해야 한다. 영화 속 요시무라 칸이치로의 유일한 희망은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사는 것이었지만 최대의 채무인 '천황의 온'역시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역사의 모든 시기를 통해 일본인들의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그들이 소속하는 세계의 최고 윗사람이었다.
일본어로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은 고맙다(Thank you), 죄송합니다(I'm sorry)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은혜를 입었을 때 더 감사의 표현을 하는 말은 가타지케나이(かたじけない)라고 사용한다. 너무나 큰 은혜에 면목이 없고 심지어 모욕까지 느낀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국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만의 문화가 잘 표현된 바람의 검 신선조는 막부 말기의 패자에 속했던 사무라이들의 삶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