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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보편적인 따뜻함의 파도가 밀려오다.

보편적인 것이라는 의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이 된다는 것이다. 특정 누군가에게만 해당이 되면 보편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도쿄 옆 바닷가의 소도시인 가마쿠라에서 살아가는 세 자매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이복자매 스즈를 만나면서 끊어졌던 가족의 삶이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인 사유에 의해 가족을 떠난 엄마 때문에 장녀 사치는 조금은 철없이 보이는 애주가 차녀 요시노와 단순하지만 쾌활한 성격의 셋째 치카를 보살피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이복자매 스즈를 만나면서 해체되었던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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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성격이지만 부인과 완전히 헤어지지 못한 유부남과 만나고 있는 장녀는 자매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갑자기 불쑥 들어온 막내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족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이들 자매들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놔두고 바라보고 기다려줌으로써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같은 피를 받았지만 성격의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을 보면 한세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스즈의 시절을 지나쳐 치카와 요시다,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나이의 사치까지 모두 지나쳐왔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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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억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를 봐서가 아니라 이미 이전에 올해의 여행은 도쿄로 선택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나니 동쪽의 교토라는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섬 일대가 보고 싶어 졌다. 영화 속 풍경처럼 그곳에는 따뜻함의 바닷물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곳일까. 이들의 이야기는 같은 생각을 하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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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새롭다. 똑같은 풍광이 없고 똑같은 집도 없다. 천편일률적으로 건물을 짓고 아파트를 만들고 도로를 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자극적이지 않은데 있다. 여성의 섬세한 감정선이 잘 살아 있어서 여성 관객들에게는 많은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라면 무언가의 결핍이 있다. 바닷마을이라고 배경을 정한 것은 아마도 파도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일의 파도가 몰려왔다가 나쁜 일의 파도가 몰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파도는 어김없이 다시 밀려 나가며 바다로 돌아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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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사소한 즐거움은 큰 것에 있지 않다. 네 자매는 서로를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포기하지도 않았다. 자매를 두고 떠난 엄마 역시 그때는 약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약할 때가 있다. 그리고 고쳐지지 않는 약한 면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들 네 자매는 유카타를 입는다. 유카타를 입는 설정은 아마도 잠옷이나 목욕 후에 집안에서 입는 옷이라는 설정에서 편하게 가족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일지 모른다.


살아봐도 좋을 바닷마을에는 다정한 거리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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