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따뜻했던 시인 백석

백석이라는 시인은 필자가 아는 한국 시인 중에 가장 따뜻한 시를 쓰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백석은 천재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토속적이면서 민속적인 색채를 담은 서정시를 개척하여 동시대에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어떤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있기에 오래간만에 책장에서 백석의 시집 중 한 권을 꺼내 보았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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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탸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이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이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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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한가하고

게으르고 그러면서

목숨이라든가

인생이라든가 하는 것을

정말 사랑할 줄 아는

그 오래고 깊은 마음들이

참으로 좋고 우러진다


올해는 통영이나 사천, 거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통영은 아직 결정 나지 않았지만 통영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백석의 시에서 많이 언급된 지역이 통영과 그 일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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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시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짖는다


백석 본명은 백기행으로 기연으로도 불렸다. 애초에 백석은 소설가로 출발했다가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변신을 한다. 북쪽의 방언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현대시의 미학적인 부분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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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 가난하고 외롭게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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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나 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읽음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한국의 독서 통계로 본다면 시집도 많이 읽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아 시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보면 유독 분단 전후로 한국에는 천재라고 불리는 시인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당시의 시인들은 엄청난 학구열을 기반으로 시를 썼다. 그냥 멋과 사랑만을 쓰는 시인들과는 달랐다.


이두국주가도


옛적본의 휘장마차에

어느메 촌중의 새 새악시와도 함께 타고

먼 바닷가의 거리로 간다는데

금귤이 눌한 마을마을을 지나가며

싱싱한 금귤을 먹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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