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치
비소설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시리즈는 쑹홍빙의 화폐전쟁 1~4권이다. 두껍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것은 상당히 쉽게 풀어내서 그런지 무척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특히 화폐의 가치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가상화폐에 매몰되는 청년세대들이 적지 않다.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하지 못한 채 오로지 몰려다니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화폐전쟁이라는 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이 정도의 정보를 모으고 통찰력 있게 쓴다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대단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화폐란 교환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오늘과 내일의 금액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화폐가 아니라 유독한 가상상품이다. 만약 내일 오를 것을 예상한다면 그걸 화폐로 내놓을 사람도 없을 것이고 내일 떨어질 것을 예상한다면 그것을 화폐로 받을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기에 화폐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화폐의 역사는 끊임없이 금이나 은같은 경화 화폐와 지폐 같은 종이화폐의 전쟁을 치러왔다.
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 역시 금으로 만든 귀금속이 조금은 있다. 귀에도 금의 일부가 있을 정도이니 황금은 영원히 화폐의 제왕이라고 불릴만하다. 화폐는 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도량형이다. 만약 시시각각으로 불안하게 변한다면 황당함을 넘어서 위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서울까지 가는 거리가 200km였는데 내일은 150km로 변하고 다음날은 300km로 변한다면 그 누구와도 약속하기 힘들 것이다. 장사꾼이 물건을 파는 저울이 날마다 늘었다가 줄었다가 한다면 누가 그 물건을 사겠는가. 오직 돈에 대한 욕심의 광기만이 그것을 구입하게 만들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차용증서에 기반한 화폐의 채무를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보통 30년의 수입을 한 번에 저장 잡아 가불 해서 쓰고 은행은 그 차용증서를 화폐 화한다. 그러면서 경제는 성장한다. 가상의 화폐를 시장에 풀어놓는 셈이다. 채무 화폐는 우선 경제를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그중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경제 혈관을 막히게 만든다. 그중 극히 일부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실물을 성장할 수 없는 경고등이 가상화폐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이 더 이상 임금이나 생산력, 기술력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고등은 사람들의 삶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직업군을 제외하고 사람들의 월급은 아주 오래도록 정체에 머물러 있다. 필자 역시 최근에 건설회사와의 사소한 계약에서 잔금을 받는 데 있어서 법적인 문제가 생겼다. 그 돈이 들어오든 들어오지 않든 간에 경제적으로 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약자들은 서로를 물고 뜯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화폐전쟁 시리즈는 당장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유용한 정보를 준다고 볼 수는 없지만 1년 이상의 미래를 보던가 경제적인 눈을 밝혀주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미래에 가상화폐가 다원화된 선순환 화폐 금융 체계에서 일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투기의 모습을 띨 때 결국 더 빠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오랜 채굴의 역사를 가진 금과 은의 경우 공신력뿐만이 아니라 시대를 막론하고 교환 능력을 가진 화폐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가진 사람들의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없고 테이블에 나올 생각도 없으며 각자도생으로 살아남기 위해 없는 사람들은 안전한 직업에 매달린다. 필자는 앞으로의 미래에 저축은 사람들의 성실한 노동 성과를 반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채무는 화폐로 둔갑하고 현재에 안주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투자라는 시간을 만들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사실 소비는 성실한 교환행위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돈의 가치가 바로서야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일 듯하다. 사람들은 승부욕이 있는 사람들이 무언가 얻는 것이 많다고 보지만 승부 근성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한다. 스스로의 싸움이 익숙한 사람들은 자체적인 평가를 중요시한다. 굳이 의미 없는 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려고 하지 않는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내면적인 가치 체계가 건전하게 서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한다.
삶은 치열한 삶의 중심에 있는 전장에서 얻어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람들은 다른 어떤 국가의 국민들보다 더 현명하고 현실적이고 밝은 미래를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덫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인다. 읽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볼 수 있다면 미래는 조금씩 밝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