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Feb 12. 2018

미나릿길

그때 그 시절 이야기들

재개발이 되지 않는 이상 전국의 대부분의 역전 골목들은 옛 영화를 뒤로 하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후미진 느낌만을 간직하게 되었다. 후미지고 방범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떠나게 되고 그곳은 다시 온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저렴해진 방값으로 인해 금전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된다. 일반 시민들은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이 없이 잊혀간다. 그래서 전국에서 골목 살리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벽화마을로 조성하는 것이다. 


천안역에서 아래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천안역이 생기면서 조성된 공간이 있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기에 골목도 좁고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다. 자연발생적으로 도심이 형성되면서 재개발도 쉽지가 않다. 실개천 주변에 미나리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던 곳에는 실개천이 복개되면서 미나리는 사라져 버리고 담벼락과 사람들이 오가던 골목만이 남아 있었다. 

오래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벽에는 소소한 옛 추억을 생각하기 위해 그림이 하나둘씩 그려지더니 이렇게 벽화마을로 바뀌었다. 직접 가본 천안 미나릿길은 평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벽화에서 묻어나는 따뜻함이 겨울의 차가운 냉기를 녹여주는 것 같았다. 

불과 6년 전에는 천안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불명예와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외면받는 지역이 이렇게 골목골목 안쪽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할 만한 곳으로 변신을 하였다. 

마치 미로처럼 생각되는 이 골목길의 구석구석의 800미터 구간에 테마에 따라 220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한 번 갔던 곳을 또가기도 하고 아까 본 그림을 또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바닥을 유심히 보면 1번부터 16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옛날에는 이렇게 자매들만 많던 집들이 적지 않았다. 아들을 낳기 위해 계속 낳은 아이들이 자매를 이루었고 자매들은 서로를 보듬어 주면서 웃고 울기도 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싸우던 자매들은 커서는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큰언니는 큰언니라서 어른스럽지만 보통 둘째는 관심이 가지 않아 그 무관심을 철없음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셋째는 셋째라서 자매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막내는 막내라서 챙김을 받았다. 

천안은 교통의 요지였기에 장원급제를 하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호남과 영남에서 올라와서 장원급제를 하고 지나가는 길목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 호젓하게 그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걷기에도 좋고 연인과 함께 와서 걸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도 좋다. 

벽화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7개 벽면에는 트릭아트 포토존을 조성되어 있기도 한데 이쯤에서 디지털 색을 입혀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채색의 회색 벽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해 형형색색의 그림벽으로 바뀌었다. 천안에서 유명하다는 튀김 소보루 호두과자를 들고 이곳을 걸으면서 산책을 해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해의 일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