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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5. 2018

거제의 맛

즐거운 맛있는 여행

남해에 위치한 거제도는 회의 맛이 괜찮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남해의 바닷물은 영양이 풍부하고 리아스식 해안이라서 갯벌의 자정능력이 좋아서 물고기의 맛과 영양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회를 좋아하긴 하지만 육지에서 먹는 회는 아무래도 신선함이나 쫄깃함에서는 바닷가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가끔은 영혼 없는 회맛을 느낄 때도 있어 회 취향에서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바닷가에 왔으니 우선 바다부터 구경해 본다. 사면이 모두 바다인 거제도는 동서남북 어디로 가던지 간에 쉽게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이곳은 해수욕장이라고 되어 있긴 한데 백사장이 짦아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조용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바다의 향이 코 안쪽으로 파고 들어온다. 거제도는 장승포항에서 거제 해금강까지의 칠십리 길은 줄곧 전망 좋은 바닷가를 따라 도는 것도 좋고 진달래·복사꽃·산벚꽃도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에 와서 꽃향기를 맡으면서 짙푸른 쪽빛 바다를 만나는 것도 좋다. 

보통 겨울에 회를 많이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물고기들도 식욕이 떨어지고 활동이 멈춰서 살이 빠져서 맛이 떨어진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맛있는 회를  접해 본다. 마치 회가 하나의 꽃처럼 접시에 펼쳐진다. 수분이 사람의 신체와 비슷한 회는 지방, 탄수화물, 칼슘, 철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서 건강 기능 효과에도 좋다. 원래는 대부분 양식산을 파는데 이날은 특별한 부탁으로 인해 자연산으로 준비를 해주었다고 한다. 자연산은 기름기가 적어서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온다. 


회와 소고기의 공통점은 저온에서 일정 시간을 숙성시키면 효소에 의한 자기 분해로 맛이 좋아진다는 데에 있다. 

싱싱한 해삼부터 소라와 멍게, 통영의 석화도 찬으로 올라온다. 우리나라의 생선회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17세기 초에 '산림경제'에 나오는데 껍질을 벗기고 살을 얇게 썰어서 생강이나 파를 회 접시에 올려 곁들여 먹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얼음에 얹어서 먹었다고 한다. 

먹음직스럽게 양념에 무친 물회도 나와준다. 다른 반찬도 있었지만 흔하게 보는 회상에 나오는 것이라 따로 올리지는 않는다. 사실 양식과 자연산의 가장 큰 차이는 맛이나 질에 있다기보다는 양식을 가져와서 수조에 보관하면서 발생한다. 수조에서 일정기간 살아있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약품이 문제가 될 수가 있다. 

통우럭구이다. 설이 내일이라 가족이 식사할 때 해물탕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전에 통우럭 매운탕을 해보았는데 매운탕에는 고추장 양념보다는 된장 양념이 훨씬 담백하면서도 덜 느끼한 맛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물탕에 꽃게가 들어가지 않으면 시원한 맛이 덜하니 꽃게에 홍합, 통새우, 모시조개, 바지락, 백합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우선 무와 애호박, 쑥갓, 부추를 넣어 국물을 우린 다음 대파, 고추장 약간, 음성 고춧가루 약간, 다진 양념(마늘이나 고추, 된장으로 간을 조절하면 소금은 필요 없다.) 그리고 된장(개인적으로 마트에서 파는 것이 좋다. 어머니 된장을 사용한다면 실패할 것이 분명하기에...)을 넣어서 맛을 내볼까. 

거제에서 식사는 두 끼를 먹었는데 한 끼는 회로 거하게 먹었지만 한 끼는 간단하게(?) 게장 정식으로 해결했다. 거제도의 이 음식점은 숭늉이 물 대신 나온다. 바닥에 누룽지도 적지 않게 가라앉아 있어서 겨울철에는 딱 좋은 것 같다. 

꽃게의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고추장 양념이나 간장이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먹을만한 곳이다. 1인분에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만 이 집의 메인 요리는 꽃게탕이라고 한다. 이 음식점의 꽃게는 급랭한 것을 사용한다. 제대로 급랭하면 활꽃게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1인분에 고추장 꽃게 작은 것 두 마리와 간장게장 꽃게 두 마리가 나온다. 밥 두 그릇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이 집은 밥을 무지 많이 준다. 고봉밥이라는 것을 오래간만에 경험할 수 있는 집이다. 

간장게장은 꽃게가 큰 것이 무조건 맛있기는 하다. 내장의 고소함이 더 풍부해서 입안에서 퍼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잘은 꽃게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은 꽃게라도 밥이라도 조금 넣어서 비벼 본다. 조금 앙증맞아 보이기는 하지만 맛은 좋다. 내장에 비벼 먹는 맛이 고소하면서도 달달하다. 꽃게가 이 정도 크기면 아마도 잡지 말아야 하는 바로 그 사이즈보다 조금 더 큰 것 같다. 자 이제 해물탕의 맛을 상상할 시간이다. 올해도 설이 어김없이 왔고 떡국을 먹지 않아도 나이는 먹을 것이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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