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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6. 2018

일본 먹방 하기

오사카, 고베, 교토

두 달 정도 있으면 일본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예전에 일본에 가서 먹었던 음식이 연상된다. 일본은 음식의 천국이다. 동양의 부엌이라는 오사카가 맛있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도쿄의 인구수를 고려하면 도쿄도 맛집들이 엄청나게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사정만 뒷받침된다면 일본은 먹다가 죽을 만큼 맛있는 것이 많다. 이번의 일본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먹고 경험하게 오겠지만 옛날에도 정말 맛있는 것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일본을 생각하면 군침부터 돈다. 


우선 일본 국적의 비행사를 이용하면 음식부터 일본 현지에서 먹는 것처럼 나온다. 초밥이 네피스 정도지만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가 나오는데 궁합이 꽤나 좋다. 지금은 오사카로 불리는 일본의 도시는 예전에는 간사이로 전통 일본 요리가 발달했는데 간사이 지방의 음식들은 미네랄이 함유되지 않는 연수로 육수를 만들기에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은 아주 작은 차도라도 모두 그냥 건너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모두 횡단보도가 설치가 되어 있는데 이번에 일본을 갈 때는 차를 빌려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오른쪽에서 운전해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조금 헷갈릴 것 같다. 

일본 하면 맥주고 맥주 하면 일본이라고 할 정도로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맥주들이 많아서 무조건 음식점을 들어가면 생맥주부터 주문한다. 생맥주의 맛이 깊으면서도 감칠맛 돈다. 보리에서 만들어진 그 풍부한 향부터 목안으로 들어가는 넘김이 너무 좋다. 일본 사람들도 대부분 술을 마실 때 첫 잔은 맥주로 시작한다. '토리아에즈 비루'라는 문구는 일단 맥주부터라는 뜻이다. 

이전 여행에서 처음 선택한 것은 바로 오사카가 원조라는 오코노미 야키다. 밀가루 반죽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서 섞어 구워 만드는 오코노미 야키는 지역에 따라 속재료가 다르다. 오코노미는 '기호' 야키는 '굽다'라는 뜻으로 기호에 따라 구워 먹는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오코노미 야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00여 년 정도 된다. 간토 대지진이 있던 1923년에 식량이 부족했을 때 밀가루를 넣어서 음식을 해서 먹으면서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런 오사카풍의 오코노미 야키는 신선한 해산물을 넣어서 먹는데 필자는 닭과 소고기를 넣은 오코노미 야키를 먹었다. 오코노미 야키는 '코테'라는 전용 주걱으로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입안에서 녹듯이 사라진다. 

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이런 길거리 음식들도 엄청 많다. 문어를 넣은 이 타코야키는 우선 그냥 사 먹어야 하지 말이다. 속을 반숙으로 익히기 때문에 조금 느끼할 수도 있으니 파를 추가해서 먹으면 그 느끼함이 중화가 된다. 

일본에서 구워먹는 문화는 한국에서 전래가 되었는데 구워먹는 음식을 불고기라고 한다. 굽다의 야키와 고기의 니쿠가 합쳐진 말로 야키니쿠는 나중에 먹고 이날 저녁은 그냥 한국의 샤부샤부 스타일로 먹어보기로 했다. 

이 음식은 한국의 샤부샤부처럼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는데 재료가 무척이나 신선하다는 것이 인상이 깊다. 아주 특이한 맛은 아니지만 한 끼 맛있게 먹어볼 수 있어서 좋다. 

이 정도 먹었으니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일본에서 먹는 것은 끝나야 끝난 것으로 다시 밤거리를 쏘다닌다. 이 가라아게는 아직도 한국에서 찾지 못한 맛이다. 닭다리의 속을 일부 긁어내고 그 속에 다른 재료를 집어넣어 만든 이 맛은 안주의 고품격화를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다시 가면 이 집을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른 것을 먹고 오는 도중에 이 집에 가서 한 번 더 먹으려고 했지만 9시까지만 영업을 해서 아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양파가 얼마나 맛있을 수 있는지 또다시 보게 된다. 이 정도 안주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소스를 만드는 수준의 차이일 것이다. 철판에 살짝 볶고 소스(식초, 청주, 된장 혹은 간장)를 넣고 조금 더 익힌 다음 위에 가다랑어포를 듬뿍 뿌리면 되는데 술안주로 그만이다. 

술이 약한 사람이라면 이런 스타일의 츄하이도 좋다. 알코올 도수 5도 이하에 과일즙과 탄산을 섞어 만든 과일주인데 개인적으로는 위스키에 소다수를 타서 희석한 하이볼이 좋다. 술 이름은 대부분 가타가나로 표기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음식점에는 사진이 옆에 첨부되니 주문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드디어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우동집의 한 곳을 찾아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데 밖에 줄도 상당하다. 몇 번이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왔으니 줄을 서서라도 먹고 가야 할 듯하다. 

우동의 면발이 정말 쫄깃해 보인다. 그런데 마음대로 못 먹게 한다. 요리사가 원하는 방법으로 먹지 않으면 먹을 자격이 없는 곳이다. 우동의 종류도 몇 가지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아는 청주의 서문우동 같은 우동은 카케, 차갑게 식힌 면에 소스를 먹는 우동은 붓카케, 새우나 오징어, 채소 튀김 등을 고명으로 얹은 우동은 덴푸라 이런 스타일의 면과 소스가 따로 나와서 소바처럼 면을 소스에 찍어 먹는 우동을 자루라고 한다.

튀김인데 독특하면서도 맛이 좋다. 계란에도 간사이 지방의 특제 소스가 뿌려져 있는데 겉은 바삭하고 안은 무척이나 부드럽다. 일본의 3대 우동이라고 하면 사누키 우동, 홋카이도 우동, 간사이 우동이다. 

찍어먹다 보니 소스가 바닥이 났다. 이런 소스는 어떤 비법으로 만드는 것일까. 가다랑어포나 멸치, 다시마 등으로 우린 육수에 간장을 넣은 것 같은데 그 외에 무언가 하나쯤 더 들어간 것 같다. 그리고 위에 쪽파를 뿌려주면 끝난다. 

또다시 저녁이 되었다. 가볍게 오렌지 주스가 들어간 칵테일로 시작해 본다. 일본 위스키를 넣은 것 같은데 유심히 보지 않아서 무언 지는 모르겠다. 일본 위스키도 종류가 너무 많은 데다 많이 마시는 싱글몰트가 아니라서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일본 위스키의 특징아라면 스모키 한 맛이 억제된 느낌이랄까. 

일본에는 이렇게 조금씩 나오는 안주들이 꽤 많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격도 부담이 없다. 한국 돈으로 5,000원이 안 되는 안주들도 많다. 

여느 음식점을 가도 자신들만의 특제 안주들이 있다. 이곳은 한국의 오뎅전문점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사진을 봐도 무슨 맛인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냥 주문해 보자. 실패할 수 있어도 다음에는 그것을 먹지 않으면 되니 어떻게 보면 이득일 수 있다. 

이 음식점의 오뎅은 생각보다 짜다. 한국에서 먹지 못하는 그런 맛이긴 한데 육수에 간장을 너무 많이 넣은 탓일까. 일본 음식의 짠맛이 제대로 배어 있다. 

짠맛을 중화하기 위해 맥주를 다시 주문했다.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아사히도 이곳에서는 맛이 다르다. 그러나 조금 특이한 것을 먹어보는 편이다. 예를 들면 삿포르 생맥주 블랙라벨은 정말 맛이 성숙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맛이 좋다. 그냥 막 마시기에는 부드러운 거품과 깊은 맛이 있는 프리미엄 몰츠다. 

다른 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프랜차이즈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맛도 평타를 치는 수준이라고 보면 좋다. 일본은 프랜차이즈가 한국처럼 성업을 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 음식 맛과 분위기를 대를 이어 만들어가는 곳이 많아 웬만하여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오징어 구이도 하나 주문했는데 그냥 평이하다. 일본에서 체인 음식점으로 실패하지 않을 만한 곳은 간코스시나 마츠노야, 요시노야, 니카우로 대부분 돈카츠나 우동, 라멘등에 국한되어 있다. 

다음날 저녁 간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야키도리 전문점으로 이동을 했는데 옆 테이블의 일본 분과 친해졌다. 자신들이 키핑 한 사케를 마음껏 마시게 해준다. 가끔 자신들이 주문한 안주까지 나누어 주는데 필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자신의 이름으로 키핑 한 술이라며 보여준다. 이름이 진짜  수중의 암석에 붙어서 이끼 모양을 뜻하는  のり 일까. 곡물의 감칠맛이 도는 술로 화려한 향이 입안에서 도는 느낌이다.                                                       

이것도 안주다. 큰 감자를 찐 다음 안에는 버터를 발라서 고소함을 더하는데 자꾸자꾸 손이 간다. 술과 궁합이 참 잘 맞는다. 

일본에 왔으니 입안에서 녹는다는 고베규를 먹으러 이동을 했다. 고베규와 바닷가재를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는데 가격이 상당하다. 그냥 고베규만 먹어본다. 

담백한 살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타지마규가 맛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블링이 환상적인 고베규가 맛이 더 좋다. 레스토랑에서 고베규 스테이크를 저렴하게 먹으려고 해도 서로인 등급을 7,000엔 정도 생각하고 들어가야 한다. 소매가격만 보더라도 최고급 등급인 고베규 샤토 브리앙은 16,000엔이고 그 아래 단계인 안심이 6,000엔, 갈비 등심이 5,600엔 정도 하니 음식점 가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장국이 조금 독특하다. 일본 간사이 지방 스타일의 장국에 야채가 들어간 스타일로 아마도 느끼해질 수 있는 소고기의 뒷맛을 잡아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진짜 다시 생각해도 입안에서 녹는 맛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야 하며 엄선된 사료와 깨끗한 물을 먹고 자란 타지마규중 육질이 섬세하고 촘촘한 것만 고베규가 될 수 있다. 더 먹고 싶지만 한 끼에 너무 많은 지출이 있기에 멈춰 본다. 

이동해서 간식으로 유명한 한 만두집을 찾았다. 이 좁은 공간에서 대충 봐도 10여 명이 쉴 새 없이 일할 정도로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간다. 그리고 무척 빨리 파는데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먹는 집이다. 맛이 꽤나 좋다. 만두의 신세계 정도는 아니지만 참 독특한 맛이다. 

일본의 백화점 지하 1층에 가면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장면이 펼쳐진다. 세팅도 잘되어 있지만 생김새가 그냥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드디어 스시의 세계로 들어왔다. 여행 일정상 스시집들은 중반 이후에 몰아 넣었다. 그래야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였다. 

오사카의 스시는 재료가 무척이나 신선해서 좋기도 하지만 숙성시킨 밥과 재료로 만든데다 정성 들인 것이 티 날 만큼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맛이 좋다. 특히 이런 우니가 나오면 밥에 얹어 먹으면 그 맛이 환상적이다. 

일본까지 왔으니 회전스시를 안 먹어보고 갈 수 없어서 회전스시집을 찾았다. 앞서 유명한 스시집보다는 조금 만족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 것도 맛있다. 

줄 서서 들어가서 먹은 라멘집이다. 이제 여행이 거의 끝나간다. 닭 뼈로 만들어서 맑은 국물의 라멘, 생선이나 가다랑어포등으로 육수를 낸 라멘, 돼지 뼈로 만들어 내는 라멘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된장의 미소라멘이나 간장으로 간을 해서 만드는 소유라멘이 좋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삶아 면 위에 올려 중국의 향료를 가미한 이런 차슈 라멘도 때론 좋다. 일본의 제면 기술은 1,400년경 중국에서 전해졌는데 일본 최초의 라멘 전문점은 약 100여 년 전인 1910년 도쿄 아사쿠사에서 문을 연 라이라이켄이라고 한다. 한국의 맛도 많이 접해보았으니 이제 다시 다른 나라의 맛도 접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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