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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8. 2018

왕의 차맛

차향을 맡으러 떠나는 하동 여행

지리산의 겨울 공기는 무척이나 상쾌하다. 하동에 사는 사람들은 하동의 공기가 강원도보다 훨씬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기의 질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계측하기 힘들지만 지리산 하동의 공기는 참 상쾌한 것은 사실이다. 하동의 야생차는 왕의 차라고 불릴 만큼 그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차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녹차를 비롯하여 우롱차, 보이차, 홍차, 허브 차등을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하동으로 떠나기 전에 미술관을 들러서 몇몇 작품을 감상했다. 황금색의 기운과 올해의 띠라는 개의 모습이 있어 사진을 올려본다. 우연하게 올린 사진에 무술년 황금 개띠를 상징하는 듯한 작품이 걸려 있다. 

매년 하동에서는 야생차 축제가 열리는데 이 너른 공간도 그때가 되면 북적거린다. 다양한 공연을 비롯하여 하동 야생차와 녹차를 접해볼 수도 있고 구매해서 갈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덖음’ 기술을 활용하여 고급 녹차를 생산하여 주로 보급형의 녹차를 생산하는 다른 지역 녹차와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하동 야생차 박물관은 명절과 월요일에는 휴관이다. 10년쯤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천년이 넘게 살아온 하동 차나무가 수년 전에 괴사 해서 지금은 베어졌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니 천년을 넘게 살았던 나무도 사라져 간다. 

하동 야생차 박물관 옆에는 하동의 차를 파는 공간이 있는데 무척이나 추운 날 이곳으로 들어갔더니 마침 부근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권하는 바에 따라 슬며시 한 자리에 앉았다. 하동의 차를 맛보지 누군가와 이 향을 같이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차 향기는 누군가와 나눌수록 더 진해지는 법이다. 

아생 차 체험관 안에 좋은 글이 있어서 적어본다. 


귀한 인연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신라의 석학이었다는 최치원이 현묘 지도에서 '풍류'라는 우리 고유 사상의 존재를 확인하였던 것처럼 자연 속에 생기고 변화하고 생기고 변화하는 것에서 만들어진 차 맛은 풍류 그 자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설을 맞으며 한 해를 준비한다. 그리고 정월대보름, 삼짇날, 한식, 초파일, 단오, 삼복, 칠석, 백중, 추석 등이 있으나 지금은 설과 추석 정도만 지켜지고 그 밖의 풍속은 그냥 지나간다. 

야생차 공원에 오면 하동차의 기원에 대해 접해볼 수 있도록 돌로 된 책에 기록되어 있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온 대렴(大廉)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하였다.”라고 하였다.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했던 하연(河演)[1376~1453]은 판서 민의생이 중국으로 사행을 떠날 때 화개 차로써 전별하면서 시를 주고받았다. "화개골의 차 좋다고 익히 들었는데/ 맑기는 양선산(陽羨山 ) 차 같고/ 차 향기 중하기는 금옥(金玉) 같다오/ 이 차 마음 담아 노자로 보내네"라는 시를 통해 당시 화개 차의 명성을 알 수 있다. 

하동차를 마시고 위쪽으로 올라와서 지리산의 나물 등으로 만든 산채 정식을 먹어 본다. 하동 사람들은 지리산 곳곳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산채를 즐겨 먹었는데 죽순, 고사리, 취나물부터 도라지, 돌나물, 고사리 등 20여 가지의 나물로 가득 채워진 밥상은 색깔이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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