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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명확한 선악구도와 액션의 정석

지금도 기억이 난다. 영화관에서 스피드를 보고 나왔을 때 영화를 본 것만으로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몸에 분비되던 그때의 느낌 말이다.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영화 스피드는 액션 영화의 기준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것을 담았던 영화다. 버스로 질주하는 카체이싱을 비롯하여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폭파씬과 지하철에서의 마지막 장면까지 처음부터 멈추지 않는 스피디함이 담겨 있다. 당시에는 명확한 선악구도로 인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도 많은 범죄자들이 그렇지만 결국에는 돈으로 귀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 폼나게 살고 싶은데 돈은 없고 정당한 수단으로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머리는 나름 좋은 것 같은데 좋은 방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어서 범죄에 손을 대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하워드 페인은 경찰로 퇴직하여 싸구려 도금 금시계를 받았지만 죽을 때까지 편하게 살 자신은 없어서 자신이 경찰로 재직할 때 배웠던 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인질극을 벌이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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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부의 빌딩의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으로 시작하지만 경찰 특수반 잭과 해리의 활약으로 실패하고 만다. 돈을 포기할 수 없었던 페인은 버스에서의 또 다른 폭파쇼를 계획하고 잭을 끌어들인다. 버스가 50마일에 도달하면 폭파 시계가 동작하고 떨어지면 폭발하게 만드는 조금은 영리한 폭탄이다. 여기에 버스 기사가 총상을 입으면서 당시에는 이뻐 보였던 애니 포터가 운전대를 잡게 된다.


50마일을 키로수로 환산하면 80km/h정도 되는데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지만 버스로 본다면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워의 시간대에 버스가 그 속도로 꾸준히 주행하기란 쉽지가 않다. 여기에 제약조건이 있는데 버스에서는 누구도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제약조건을 넘어서 승객 모두를 구해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워드 페인은 돈을 받기 위해 애니 포터를 인질로 사용하게 되고 마지막 지하철의 질주가 시작된다.


액션의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 영화는 후대에도 많은 감독들에게 참고가 된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스피드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질주하는 본능을 스포츠카가 아닌 통통한 버스에 담고 중력이 끌어당기는 고공낙하의 짜릿함을 엘리베이터에 그리고 갇힌 공간에서의 멈출 수 없는 느낌을 지하철에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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