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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9. 2018

이야기거리

대전 회덕에 전해지는 스토리

대전에 살면서도 회덕이라는 곳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읍내동이라는 불리는 그 공간은 이 곳에서 마치 토착민처럼 사는 사람들만의 공간이었다. 개발에서 제외되어 잊힌 공간처럼 생각되던 공간은 지난 시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차나 국도, 고속도로가 어떤 지역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통과교통이기 때문에 단절되던가 굴다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항상 시끄럽고 사람이 살기에는 불편해서 잊힌 공간으로 음습한 곳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굴다리가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가 놓인 회덕동의 한 길이 이야깃거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는데 벽화거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역사를 담는 공간처럼 변신하였다.  근현대등의 역사를 담았다고 하는데 관통하는 이야기를 보면 학창 시절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대구에 있는 유명한 벽화마을도 가본 적이 있지만 회덕의 이야깃거리도 그에 못지않다. 사람이 사는 가옥의 중심이 아닌 교통이 위로 지나가는 굴다리가 중심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사람의 편리에 의해 철도와 도로가 만들어지지만 그 부근은 사람이 살기 불편해진다는 것은 개발의 불편한 이면이긴 하다. 

옛날에 이곳을 지나가 본 기억이 있을 텐데 마치 머릿속의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상당히 후미진 곳이어서 기억하기 싫었던 공간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은 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사람도 있고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은 평생을 가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재지도 않고 판단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그 시절은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만났던 첫사랑도 오랫동안 기억이 된다. 그 후에 만나는 사랑이나 친구는 학창 시절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보다도 훨씬 시간이 걸린다. 학창 시절보다 더 상처받기 쉬운 어른이 되어서다. 

어른인척 상처받아도 안 받은 척하면서 사는 성인 시절보다 어린 시절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하고 불량식품 같은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대의 삶 속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이곳에 쓰여 있는 글자는 멀리서 보면 무슨 글인지 알 수가 없다. 정면에 와서 보아야 그 글씨를 제대로 보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일부러 이렇게 이곳에다가 글을 적어놓은 것일까. 사람의 마음에는 이런 굴곡이 있어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해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굴다리의 통로다. 이렇게 바꾸어 놓지 않았다면 굳이 저 끝까지 가보고 싶지 않은 길이다. 근현대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저 굴다리를 통과해서 걸어 보아야 한다. 안에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가끔씩은 다음에 한 번씩 가고 싶은 이야깃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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