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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5. 2018

하동의 맛, 멋

지리산의 진한 향기

하동의 대봉감을 먹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해를 넘겨 이제 곶감을 먹는 계절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시간이 가는 것은 누구도 잡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동은 볼거리와 멋거리가 넘치는 곳으로 물 좋고 공기 좋은 지리산의 진한 향기를 어디서든 맡을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지리산에 올 때는 먼저 볼거리부터 먼저 보고 지나간다. 하동에는 지리산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생태과학관이 있는데 과학보다는 생태와 관련되어 있다는 느낌이 더 드는 곳이다. 하동은 매년 나비와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 일찍 오면 조용하고 편안하게 주변을 돌아다녀 볼 수 있어서 좋다. 산책로처럼 조성된 길을 걷는 것도 재미있다. 아래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셉트로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마음은 항상 젊지만 몸은 저런 곳을 통과할 만큼 작지는 않은 것 같다. 괜히 감옥에 갇힌 느낌을 받는 것보다 밖에서 그냥 이렇게 구경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눈코 잎이 모두 있으니 얼굴의 기본이 완성되었다. 모래가 있고 다양한 장난감이 있어 아이들에게 좋을 듯하다. 

요즘 이런 풍광을 보는 것이 너무 편안하다. 어릴 때 자연을 사랑하고 산천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본 적도 있고 그 가치를 느껴본 적도 없었다. 

이제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을 맛보기 위해 악양면으로 이동을 했다. 박경리가 잠들어 있는 통영을 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곳은 박경리의 작품 토지에서 타오는 박경리 토지길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악양면의 입구에는 작은 정자가 있는데 조금만 걸어서 올라가면 볼 수 있다. 

매년 한 번은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농가를 찾는 듯하다. 대봉감은 비타민 A, B가 풍부하며 주성분은 당질[포도당과 과당]이 15~16%인데 떫은맛의 디오스 프린이라는 타닌 성분은 수용성이지만 익어가면서 과실 내부의 호흡에 의하여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와 결합하여 불용성이 되면서 떫은맛이 사라져서 맛이 더 좋다. 

한 입 베어 물어본다. 달달하기가 다른 지역의 곶감과 비할바가 아니다. 이 곶감 하나에 들어가 있는 칼로리가 상당할 텐데 불구하고 자꾸자꾸 들어가게 하는 맛이다. 곶감의 과육이 그대로 입안에서 씹히면서 달달하게 맴돈다. 

대봉감은 곶감으로 만드는데 감을 깎아 그늘에서 50~60일 자연 건조한 뒤 다시 햇볕에 10일 정도 건조하면 당도가 더욱 높고 맛있고 감칠맛 도는 곶감이 탄생하게 된다. 쭉 찢은 감의 결에서 진한 홍시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숨을 한 번 깊게 들여 쉬어본다. 역시 지리산의 향기는 이런 맛이었구나. 감의 향기와 보는 풍광에서 나오는 자연의 진한 느낌이 코 안쪽으로 스며들어온다. 하동의 먹는 맛과 보는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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