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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8. 2018

반곡리 미륵불

소원을 빌다

문경은 유독 산이 많다. 지인과 함께 간 적이 있는데 문경을 처음 가본 그녀는 주변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기도 했었다. 그중에 월방산은 문경에 있는 또 하나의 영산으로 그곳에는 고려시대에 조성한 것으로 시대상을 잘 반영한 고려 미륵불인 반곡리 미륵불이 자리하고 있다. 


반곡리 미륵불은 이 갈림길에서 300백여 미터를 더 들어가서 한참(체감상)을 올라가야 한다. 미륵불은 석가모니불 시대가 지나고 먼 훗날에 오신다는 미래불이다. 논산에도 은진미륵이 있는데 미륵은 측정할 수도 없는 미래에 오는 살기 좋은 세상을 상징한다. 

반곡리 미륵불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는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반곡리 미륵으로 가는 표식을 찾을 수 있었다. 거리상으로 100미터라고 하지만 직접 올라가 보니 200미터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올라가는 길은 산행길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접근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영강산은 불과 360미터이 높은 산이지만 운달산의 한줄기가 길게 뻗어 영순명으로 산줄기를 뻗으면서 산북면과 호계면, 산양면 경계에 솟은 산으로 울창한 소나무와 주변에 볼거리들이 있어서 산행할만한 곳이다. 

월방산의 꼭대기에는 조그마한 기와집 한 채가 있는데 그곳에는 산신이 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옛날에 고운 아낙네가 산에 나물 캐러 갔다가 미끄러져 상처를 입었는데 벼랑 사이에 흘러나오는 물을 먹고 바르고 나았다고 전해진다.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 무언가 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에 반곡리 미륵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미륵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올라가 본다. 

멀리서 보면 어디에 미륵불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상당히 큰 바위에 부처를 만들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든 뒤에 56억 7,000만 년이 지나면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부처 미륵불은 희망의 대상이다. 그때까지 살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지구가 그때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은 그런 관점이 아닌 듯하다.  

미륵불에 대한 신앙은 삼국의 불교 전래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널리 신봉되었다. 월방산을 둘러보면 유독 큰 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반곡리 미륵불도 그중에 큰 바위를 골라 잘 조성해두었다. 

미륵불은 다른 부처들에 비해 유독 인자한 모습으로 표현이 된다. 세상을 살기가 힘들면 힘들수록 평화로운 미륵불의 세상이 오기를 갈망했지만 역사에서 보면 미륵불을 자칭하는 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었다. 

미륵불이 있는 곳에서 저 멀리 문경을 내려다본다. 평화로운 한 때가 이렇게 지나간다. 미륵보살은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나 석가모니의 제자가 되었으나 석가모니보다 먼저 죽었으며, 현재는 보살의 몸으로 도솔천에 머무르면서 천상의 사람들에게 설법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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