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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8. 2018

천안 삼거리

모든 지역으로 가는 길목

대전이 삼남으로 이어지는 철로의 길목에 있다면 도로의 길목의 도시는 천안으로 삼남과 한양을 이어주는 곳이었다. 지금도 서울로 가려면 천안을 거치는 것이 가장 빠르며 고속도로나 국도를 타고 갈 때 천안 삼거리를 지나가게 된다. 교통수단이 발달되기 훨씬 전에도 자신의 발로 걸어서 한양으로 가다가 쉬었을 곳에 천안 삼거리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을 장터는 지금 그 흔적만 남아 있지만 현재 사람들의 휴식처로 조성되어 24시간 개방되는 공유공간이다. 


천안 삼거리 공원은 천안 12경 중 제일 첫 번째인 제1경 천안삼거리로 옛 삼남대로의 분기점이며 만남과 어울림의 현장이라고 한다. 특히 선비 박현수와 능소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져서 의미가 있다. 후삼국시대부터 교통의 요지라는 기록이 남아 있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영남과 호남의 많은 상인들과 나그네들이 지나가던 곳이다. 

천안은 흥타령이 지금도 그 역사를 가지고 내려오고 있다. 천안 삼거리공원에 가면 흥타령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천안 삼거리에는 숙박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공공 숙박시설이었던 원은 임란과 병란 이후 폐지되고 나서 백성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막이 들어었다. 주막에서 하루를 쉬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풀고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하루의 피곤함을 잊었다. 

천안 삼거리공원에는 삼룡동 3층 석탑이 있는데 이 탑은 석가모니의 사리나 유품을 모시거나 특별한 영지를 나타내기 위해 세운 건축물로 왕자산마점사가 있다는 기록을 살펴보아 마접사탑으로 추정된다. 해도 뜨지 않는 새벽에 삼거리 공원은 천천히 걸어보면서 운동해볼 만한 곳이다. 주변에 인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조명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그렇게 스산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삼거리공원을 찾은 것이 새벽이어서 그런지 야경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꽤나 운치가 있다.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면 새벽에 나와서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간도 넓고 분위기도 좋다. 

삼거리 공원에는 적지 않은 버드나무들이 눈에 뜨인다. 전라도 고부 땅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박현수가 주막에서 하루를 묵었을 대 능소라는 어여쁜 기생을 만나 하룻밤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리고 박현수를 기다리던 능소가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것이 자라 능수 버드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둘이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것이라도 사랑이야기라서 좋다. 

천안의 흥타령은 충청 민요로 경기 흥타령에 속한다. 조선말의 탐관오리들의 횡포가 심해질 때 그것이 없어지고 좋은 세상이 오는 백성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천한 삼거리 흥 능수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휘 늘어졌구나 에루화 좋다 흥 성화로구나 흥

세상만사를 흥 생각을 하면은 흥

인생의 부영이 꿈이로구나

백두산 성봉에 흥 태극기 날리면 흥

삼천리 근역에 새 봄이 온다네

발그레한 저녁노을 돋는 저곳에 흥

넘어가는 낙일이 물에 비치네

매번 지나치다가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간 삼거리 공원을 이렇게 여유 있게 걸어본 것이 새벽이라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느낌이다. 조선시대 후기 천안 관아에 있던 행궁의 화축관문으로 사용되던 누각인 영남루가 있고 영남루는 삼거리공원의 연못가에 있다. 


고려 왕건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묻어 있는 천안은 천아의 평안을 책임진다고 하여 명명된 지역이다. 천안 삼거리는 조선시대 이후에 없어졌지만 천안시는 1974년 이곳을 기리는 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의 쉼터로 삼으면서 지금은 천안의 대표 휴식처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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