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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9. 2018

천안 밤거리 먹방

천안의 매운맛 보기 

사실 매운 것을 잘 먹지도 못하지만 즐겨 먹지도 않는 편이다. 그중에 매운맛이 잘 스며들기로 유명한 닭발은 자주 먹지는 않은 재료 중 하나다. 뼈가 있는 닭발이든 뼈가 없는 닭발 이든 간에 닭발은 식사보다 안주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밤거리에서 닭발이 빠진다면 서운한 면이 없지 않다. 콜라겐이 들어 있어서 먹으면 피부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닭발은 안주로서 먹거리로서의 매력은 충분해 보인다. 천안에서 밤거리를 거닐면서 젊음을 느껴보기에 괜찮은 곳은 천안터미널 건너편 골목이다. 그리 크지 않은 블록이지만 젊은 사람들로 에너지가 넘쳐난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무언가 먹을만한 것이 없는지 우선 탐색을 해본다. 이제 라멘도 매우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터라 어디를 가더라도 라멘집 정도는 하나씩은 꼭 있는 듯하다. 일본에서 라멘을 여러 번 먹어본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라멘은 정감이 간다. 특히 소유라멘, 돈코츠라멘, 미소라멘은 라멘의 기본 메뉴 중 가장 잘 나가는 음식이다. 

천안터미널을 중심으로 좌측 건너편에는 주로 음식점들이 포진해 있고 정면 쪽으로는 안주와 술, 코인 노래방, PC 방등이 집중되어 있다. 한쪽은 음식 중심이라면 한쪽은 체험이나 어울리는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해야 하나. 

마침 갔던 날은 연인에게 무언가를 선물하는 날을 앞두고 있어서 각종 선물세트가 거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신부 문화공원을 중심으로 길가에는 먹거리와 각종 액세서리와 옷을 파는 미니 상점이 포진해 있다. 신부 문화공원을 중심으로 주변 거리는 신부 문화거리라고도 부른다. 이곳에는 청소년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조그마하게 조성이 되어 있는데 흔히 만남의 장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는 이곳에서 거리의 버스킹이나 길거리 공연이 열린다. 이때는 삼삼오오 몰려서 아이들끼리 어디를 갈지 고민하기도 하고 취미를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름 나이가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개인이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가 없어서 이런 광장에서 만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광장에서 시간을 정하고 만남을 하는 것은 무언가 촌스러워 보인다. 

결정을 해야 될 때가 왔다. 전통적인 음식인 수육이나 칼국수를 먹어야 할지 아니면 조금은 트렌드에 걸맞게 매운 닭발 같은 것을 먹어야 할지 말이다. 

나름 핫한 맛집이면서 매운 닭발을 한다는 빨간 맛집이라는 곳을 선택해서 들어가 본다. 겉에서부터가 무언가 매운 향기가 풍겨 나는 곳이다. 

요즘에는 음식점에서 이런 미니 물통에 물을 담아주는 곳이 적지 않다. 물통은 커 보이는 디자인인데 들어가는 양은 작은 물통으로 손잡이가 있어서 조금 편하다. 

소주 중에 가장 맛이 있다고 느끼는 한라산을 주문했다. 투명한 병에 담기 이 한라산은 어떤 해물이나 고기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이번의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리는 모르겠지만 메뉴에 있기에 선택을 해본다. 

무한 리필해주는 이 신선한 야채 덕분에 매운맛의 닭발을 조금이나마 버티게 해준다. 메뉴를 주문할 때 덜 맵게 아니 아주 안 맵게 해달라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양념이 된 것이 상당히 매운맛이라 혀의 감각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이 것이 무뼈 국물 닭발이다. 떡볶이와 무뼈 닭발, 콩나물, 일부 야채 등이 들어가 있는데 충분히 매운맛의 국물이 매력이 있지만 상당히 맵다. 머리가 띵하고 앞에 놓인 휴지를 계속 사용할 정도로 땀이 흘러나온다. 

콩나물도 매운맛을 중화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그냥 이 공간에서 매운맛을 즐기면서 천안의 야밤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할 듯했다. 먹으면 먹을수록 이 매운맛은 혀 안에서 맴돌면서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했던 애니는 과거에 은하철도 999였다면 지금은 원피스다.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있지만 그나마 대중적인 작품이 이곳에 걸려 있는데 이걸 보면서 매운맛을 식혀보려고 해도 쉽게 입안에 가시지 않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을 희생하고 주말을 위해 5일을 희생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라면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삶은 그 이상의 행복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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