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금고털이들의 삶
찌질한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 한 방을 노리는 영화는 매년 콘셉트만 달리해서 나온다. 임창정과 정려원 주연의 게이트 역시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제대로 된 직장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는 백조 소은과 차에 치여 기억을 잃어버린 어벙한 남자 정진, 막 감옥에서 출소한 털이범 장춘, 장춘에게 빨대 꽂기로 유명한 철수 그리고 악역이면서 어리바리한 사채꾼 민욱이 한데 어우러져서 일을 꾸민다. 이런 구성으로 일이 잘될 리 없다. 현실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불가능한 털이범의 이야기는 유머 코드를 만들려고 하지만 무언가 어색하기만 하다.
영화 제목이 게이트이니 무언가 정치적인 것을 파헤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냥 털이를 위해 털이에 의해 털이를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더 사악한 사람들의 돈을 턴다는 그런 의미의 게이트다. 원래 게이트라고 하는 단어는 미국의 대통령 닉슨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지금 한국 역시 주로 대통령을 통해 게이트 사건이 불거진다.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구속되는 사건 뒤에는 모두 게이트가 얽혀 있다.
금고라고 하면 무언가 귀한 것을 보관하기 위해 두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밝힐 수 없는 혹은 떳떳하지 않게 벌어들인 돈을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이용한다. 은행에 있는 돈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흔적이 남지만 금고에 있는 돈을 주는 경우 흔적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자주 애용한다.
이 영화의 묘미를 살려주는 것은 다른 배우도 아닌 악역을 맡은 사채업자 정상훈이다. 욕심은 무지하게 많으면서 부자 사모님의 침실에서 기둥서방 노릇을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악랄한 것 같으면서도 어벙하고 비인간적이면서 어설프다. 차라리 영화의 제목을 정상훈 게이트라고 했어도 무방할 정도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