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궁합

총체적인 난국 속에 사랑 찾기

궁합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보는 순간 과거 관상이라는 영화가 연상되었다. 관상과 궁합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맥락이 유사하다. 세상의 모든 인연에는 궁합이 있다로 시작하는 궁합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관상은 관상을 잘 보는 사람이든 못 보던 사람이든 간에 사람을 보면 누구나 평가해본다.


조선시대에 왕의 역할 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가뭄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은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가뭄 해갈을 바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수리는 후순위에 밀려 있었다. 궁합의 배경은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던 조선시대에 왕은 송화 옹주의 혼사를 치르면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는 신하들의 간청에 송화 옹주의 부마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의 부마를 직접 보기 위해 송화 옹주는 밖으로의 궐 밖으로 몰래 나와 돌아다니다가 역술가 도윤을 만나게 된다.


4df753ac6b849e9cf430b1985233fc5e194b13ff.jpg

이 둘이 만나는 과정은 무난했으나 이 둘의 감정이 연결되는 과정이나 주위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총체적인 난국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역술가가 송화 옹주를 구하는 과정이나 그녀에게 감정을 느끼고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 상황이 억지스럽게 그려진다. 제목은 궁합이라고 했으나 남녀 간의 궁합에 대한 내용은 겉으로 맴돌면서 네 명의 부마를 한 명씩 찾아가는 과정이 지루하기만 하다.

070cae1cb48baff4e48eb96e9f8ec12970ad6b7a.jpg

어차피 이승기와 심은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니 잘 풀기만 하면 될 텐데 억지스럽게 남치호를 악역으로 만들기 위한 설정으로 인해 코미디적 요소나 로맨틱 요소 둘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굳이 신분을 속이고 양반가로 들어가서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나 그런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도윤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냐는 질문에 '단 한순간도 여인이 아니었던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모든 것이 납득될 수 있을까.

77f6b252c414caba5240eab761868a492cc505a3.jpg

영화 속에서 둘만의 궁합은 좋았을지는 모르지만 관객과의 궁합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나 궁합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주팔자에 의존해서 남녀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주를 믿던 믿지 않든 간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는 모두 때가 있고 인연이 있다는 생각은 든다.


이 영화를 보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볼만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