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이 사랑한 여자
1968년생의 여배우 나오미 왓츠는 늦게 뜬 배우이다.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다양한 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배우로서 후광을 준 영화는 바로 피터 잭슨이 새롭게 촬영한 킹콩을 통해서였다. 비록 킹콩의 완성도를 두고 많은 설전이 오가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녀만큼은 확실하 띄워주었다. 일찍이 배우로서 데뷔는 했지만 제대로 주목받은 것은 40이 다 된 나이였던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니콜 키드먼이 일찍 배우로서 성공한 것을 볼 때 그녀도 속앓이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끈기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제각기 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인생을 살면 살수록 그 꿈은 점점 작아지고 종국에는 희미해져 간다. 남들이 다하는 연애도 해야 되겠고 남들이 다하는 결혼도 하고 부모님이 바라는 아이 하나 정도는 낳아야 이 사회에서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다. 꿈은 남들이 다하는 그런 보편적인 것을 모두 다 하는 사람에게서 머물지 않는다. 모든 사람 이루려는 꿈은 제각각이지만 진정 원하는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쯤 되어야 그 꿈이 이루어진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물이 99도에서 끓지 않듯이 꿈은 99%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다렸는데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끈기라는 접착제를 다 써버린 것이다.
우아해지고 싶은 여자
개인적으로 데미무어가 우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나이를 먹어도 우아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의연해질 수 있는 남자나 여자는 품위 있고 우아해 보인다. 나오미 왓츠 역시 성형수술 같은 것에 의존하지 않은 여성이 품위 있고 우아해 보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 나오미 왓츠조차 솔직하게 늙어가는 자신을 의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단언하지 못했다. 품위 있고 우아해 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은 흔들린다는 것이다.
킹콩이 사랑한 여자
킹콩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나오미 왓츠처럼 되기 위해 킹콩에게 사랑받고 싶은가? 현실 속에서 킹콩은 없으니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나 침팬지, 오랑우탄에게 사랑받기 위해 서성거려보아도 좋다. 킹콩이라는 영화 속에서 킹콩에게 인간은 단순히 간식거리 수준이었다. 한낱 간식거리가 범접할 수 없는 혹은 지켜주고 싶은 그런 존재로 다가올 때 기분이 어떨까? 킹콩에서 그녀는 킹콩의 진심을 이해했다. 서로 이어질 수 없는 관계이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킹콩에게 애정을 보여주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물질 같은 것은 잠시 마음을 얻을지는 몰라도 진심은 그 상대가 누구라도 움직일 수 있다.
15년은 숫자예요.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버텨왔다. 그녀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진심이 느껴진다. 외모도 할리우드에서 중간 이상이라고 말할 정도도 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제갈길을 갔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꾸준히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이라도 계속 움직인 사람을 탓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