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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1. 2015

영화 백사대전

애절한 사랑이라서 더 좋다. 

쿵후허슬에서 다소 맹한 느낌의 소녀로 등장했던 황성의의 제대로 된 매력을 볼 수 있는 영화 백사대전은 스토리만으로 볼 때 천녀유혼보다 더 애절하다. 애매한 CG 대신 스토리를 보강했더라면 참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 중 하나다. 인간은 유한한 생명을 가졌지만 요괴는 그렇지 않다. 한 300년쯤 지나면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의 간이나 혼을  먹고살아야 지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천년 먹은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한다는 그런 전설은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들어봐서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백사대전에서 1000년쯤 먹은 백사는  용이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진실한 사랑을 느껴보고 싶은 요물이다. 인간과 요괴의 만남은 애초부터 잘못되었다. 요괴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기를 빨아먹고 살기 때문이다. 여성의 음의 기운이 남성의 양의 기운을 빨아 먹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이 잘된 여성에 국한이 된다. 


사랑은 누군가 방해할수록 더 깊어진다.


어떠한 사람의 방해도 없는 사랑은 너무 무미건조하다. 사랑이 좀 다이내믹하여지려면 부모의 반대라던가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끼어들어주어서 서로에 대한 오해정도는 생겨주어야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집안끼리 엮어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인간이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누군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한다. 싸우는 사람 말리는 것이 제일 미련한 짓이라는 말이 있다. 놔두면 알아서 제풀에 지친다.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남녀를 헤어지게 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놔두는 것이다. 희소성의 법칙이라고 할라나 가질 수 없는 것을 더욱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초록은 동색이다.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들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다. 백사대전에서 백사의 동생으로 나오는 초록뱀 소청은 같이 괴물로 변해가는 능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과 같은 요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떠나려고 마음먹는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은 조직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누군가를 망가트리기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세계의 비리에 동참시키는 방법이다. 그 순간부터 우리가 남이 가라는 말은 말로만 듣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에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다면


만약 이성과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다고 정해지면 출산율은 엄청나게 낮아질 것이다. 결혼이 한 번도 아니고 사랑이 한 번이다. 그럼 여기서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 사랑이 성관계까지 가는 것을 의미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당신의 상상에 맞기겠다. 내 생각은 누군가를 내 남자,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단 한 번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백사대전에서 백소정은 1,000년에 단 한 번뿐인 사랑을 하듯이 가난한 허선을 사랑했다. 그녀에게 재물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런 존재나 다름이 없다. 그렇기에 가난하고 많은 가진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사랑은 매우 순수해 보였고 자신의 1,000년 공력까지 내 줄 정도로 모든 것을 그에게 주었다. 그걸 방해하는 것이 의외의 존재 법해라는 법사다. 그 역시 부처의 말을 행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완전한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녀의 사랑이 애절했기에 따뜻했고 바라는 것이 없기에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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