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목숨 건 앙꼬 빠진 전개
사라진 밤은 스페인 영화인 '더 바디'를 리메이크 한 영화지만 원작의 완성도나 짜임새는 쫓아가지 못한 영화다. 부유하고 영향력이 강한 와이프를 독약으로 살해했지만 시체가 없어지면서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한 남자는 좌충우돌기이다. 영화의 배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도심과 떨어진 외곽의 고립된 곳에서 일이 생긴다. 이제 김상경은 형사 전문 배우로 나설 생각인가 보다. 다양한 영화에서 따뜻하지만 망가진 형사 역할이지만 나름 예리한 부분도 없잖아 있는 역할을 소화해냈다.
영화는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들을 끌어가지만 어느 순간에 반전이 일어나면서 앞에서 보여주었던 설정이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반전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보였지만 그 반전은 지금까지의 긴장의 끈을 맥없이 놓게 만든다. 배우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결국 감독이 모든 연출에 실패를 하게 된 셈이다.
별 볼일 없는 배우를 멋진 역할로 만드는 것이나 연기력 좋은 배우를 별 볼일 없는 배우로 만드는 것은 모두 감독이다. 물론 그 속에서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보여주는 묘미도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온전히 감독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영화다.
그녀가 과연 살아 있을까.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자신의 야망이나 욕심을 위해 와이프까지 독살할 수 있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죽음이 늘 마지막은 아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것이 있기에 완성될 수가 있다. 죽음이라는 데드라인이 없다면 인간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살 것이다. 왜냐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인생의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간다.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꾸준히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너무나 가치 있다. 미완성이기에 의미 있고 의미가 있기에 살아야 한다.
사라진 밤은 원작을 안 본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볼 수도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