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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7. 2018

거제 먹방

여행 별거 있어.

거제를 처음 가면 보통은 먹을 것과 묵을 곳 그리고 볼 것을 찾아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정해진 곳이 아니라면 거제같이 남해의 끝을 여행할 때는 개인교통수단을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하고 쉽기는 하다. 대학생이라면 시간을 무기록 여유 있게 둘러봐도 좋은 곳이 거제도이다. 거제는 처음 가본 사람이라면 무엇이 가장 궁금할까. 우선 바다를 볼 테고 회를 먹을 테고 풍광 좋은 곳에서 잠을 자볼 것이다. 


몽돌해변이나 신선대 해변을 가면 알겠지만 바람이 정말 많이 분다. 남해로 갈수록 멋진 풍광을 볼 수는 있지만 사람마다 뷰 포인트에 따라 느끼는 감성은 모두 다를 듯 하다. 바다는 겨울도 좋지만 막 생명이 돋아날 때 가보는 것도 좋다. 

이런 풍광을 보고 있자니 거제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거제도에서는 맛있는 것도 적지 않고 돌아볼 곳도 있고 이곳 사람들의 삶을 같이 영위해봐도 좋을 듯하다. 

점심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해 본다. 부산에서도 유명한 밀면이다. 밀면은 부산에 가서 먹어보고 그 매력에 빠져서 어딜 가든지 간에 메뉴판에 있으면 꼭 한 번씩은 주문해서 먹어본다. 밀면의 핵심은 육수와 양념 그리고 툭툭 끊어지는듯한 면발이다. 

오래간만에 이런 비주얼의 칼국수를 먹어본다. 칼국수 안에는 수많은 야채부터 시작해서 오랜 시간 우려냈을 것 같은 육수가 맛을 더해준다. 면발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우선 건강해질 것 같아서 좋다. 

면발을 들어보니 쫄깃한 느낌의 면발이 입맛을 자극한다. 살짝 시원하면서도 밍밍해 보이는 육수에 면발을 집어서 먹어본다. 

저녁에 회가 들어간 막국수를 먹어서 그런데 거제도에서 맛본 이 육수의 감칠맛이 입안을 감싸는 것 같다. 저는 항상 이런 밀면이나 냉면을 먹을 때 계란을 항상 먼저 먹는 편이긴 하다. 잘게 잘 썰어진 오이와 밀면을 싸서 먹으면 좋다. 

거제도를 처음에 오던 몇 번 오든 간에 아마도 가장 먼저 들르는 여행지중 하나가 거제도 포로수용소가 아닐까. 저도 거제도를 처음 갔던 그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둘러본 기억이 난다. 한국전쟁의 아픔이 새겨진 곳이다. 포로가 된다는 것은 죄수는 아니지만 죄수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군생활은 했지만 처음 포로수용소를 와서 생활했던 포로들의 생활상을 보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인 차이도 있었고 작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갔지만 그 속에서도 이념 분쟁에 의해 결국 서로를 공격한다. 

거제도에서 생활했던 포로들의 생활상은 재현이 되어 있지만 그 실제 모습과 거제도의 다른 주민들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궁금한 부분이 있다. 

독일의 유명한 아우슈비츠와는 다르지만 한국에서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그 당시의 한반도에서 대립했던 이념 상황과 외부의 다른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던 한국의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곳으로 한 번쯤은 들려보면 좋다.

대도시에서 먹는 볼락구이는 그 참맛을 알기 힘들지만 남해의 거제에서 먹는 볼락구이는 고소하면서도 그 살결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쫀득하며 맛이 좋다. 옥돔구이·자리 지짐이·볼락구이·상어포구 이중에 저렴하면서도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물고기 구이의 맛이다. 

제주도나 남해의 바다에 가면 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지만 시간만 가지고 해변의 돌들을 뒤지면 어렵지 않게 고동을 잡을 수 있다. 거제도의 어떤 식당을 가도 고동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만약 바다에서 고동을 잡았다면 소금물에 해감을 한 다음 센 불에 빠르게 삶아서 먹으면 육수가 나오지 않아서 빼먹을 때 맛이 좋다. 

가리비와 개불, 멍게는 기본적으로 거제도에 있는 대부분의 횟집에서 스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먹을만한 스끼만 나오는 횟집이 좋다. 손이 잘 가지 않는 그런 스끼보다는 싱싱하고 맛있고 자주 먹지 못하는 찬이 나오면 좋다. 

현재도 거제도에는 자연산 회만을 취급하는 집들이 곳곳에 있어 거제의 맛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해 앞바다를 오가는 고기잡이들에서 나오는 물고기의 맛을 볼 수 있다. 남해 어항에서 출어한 어선이 잡은 자연산의 다양한 어종을 맛볼 수 있어서 꼭 한 번씩은 먹고 오는 편이다. 모둠회는 작은 것이 70,000원부터 시작을 한다. 자연산 회는 조금 더 비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펜션의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저물어가는 석양을 쳐다본다. 지역의 맛인 거제의 회와 국수, 각종 해물을 먹었으니 이제 조용하게 앉아서 바깥을 쳐다보는 일만 남아 있다. 

커피를 직접 내려서 하는 집이며 자격증까지 땄다고 하더니 커피 맛이 석양과 궁합이 너무 좋다. 커피잔에 가득 담긴 검은 커피의 향이 코를 찌른다. 쌉싸름한 한 모금의 커피는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같이 여행했던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태도와 매너를 보여준다.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하여 유럽에서 카페 문화를 만들었으며 이후 한국에도 멈추지 않은 열정으로 자리 잡게 된 커피는 거제도 여행의 마침표를 찍어준다. 


필자는 여행의 작은 벗이며 때론 사물을 통찰케 해주는 커피를 가끔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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