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선군, 소용 조씨를 갈구하다

아들보다 권력을 사랑한 여자

소희 : 정말 오래간만에 가는 여행이다. 그치?

수진 : 주만이가 네가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주만 : 소희 집이 어디였지?

소희 :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 거제야. 거기 갔다 온 거야.

성현 : 거제? 거제도 말하는 거지. 몇 번 가본적 있는 것 같아.

진수 : 오늘 간다는 곳이 숭선군묘? 거기는 나도 생소한데..

수진 : 너희들 드라마 꽃들의 전쟁 본 적 있어?

소희 : 응 나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 인조 때 이야기 였지. 김현주가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로 나왔던 것 같은데.. 소용 조씨라고 말이야.

성현 : 숙종과 장희빈만큼 풀 이야도 많은 왕이 인조기도 하지. 큰 아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 어린 왕비였던 장렬왕후 조씨, 거기에 팜므파탈의 매력녀 소용 조씨까지 인물도 많긴 해.

주만 : 그래서 숭선군이 누 구라 는 거야.

수진 : 공주를 사랑한 남자지? ㅎㅎ


MG0A9746_resize.JPG 공주를 사랑한 남자 숭선군 묘 (충남 공주시 이인면 오룡리 산2-1)


주만 : 왕자가 공주를 사랑하면 안되는 거 아냐? 서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 머 그런 이야기네. 갑자기 흥미 있어지고 있어.

수진 : 주만이는 그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어. 그게 아니라 대한민국 충청남도 공주라는 곳을 사랑했다는 거야.

소희 : 왜 하필이면 공주야? 잘 알려진 곳도 아니고 말야.

성현 : 그건 인조가 즉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624년 이괄의 난 때 이곳 공산성으로 피신했을 때의 기억 때문 일거야.

소희 : 왕자인데 마음 둘 곳이 없었나 봐.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숭선군의 어머니였던 소용 조씨가 아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 같아. 필요할 때만 아들 찾고 필요 없으면 그냥 내팽겨지는 느낌?

진수 : 아들보다 왕의 사랑과 권력이 그렇게 좋았을까?

주만 : 나에게도 그랬지만 엄마들 보면 남편보다 자식을 많이 챙기던데?

성현 : 그게 일반적이긴 해. 적어도 우리의 상식선에서는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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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선군은 궁으로 돌아와서 항상 공주를 그리워하다 숙종 16년 (1690) 세상을 떠날 때 공주에 묻어 줄 것을 유언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왕족의 무덤은 도성에서 90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안장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후 후손에 의해 이곳으로 이장되었다고 한다.


수진 : 인조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던 소용 조씨는 원래 숙원(왕의 첫 승은을 입은 후궁)이었다가 소원, 소용, 소의를 거쳐 귀인에 책봉되었대.

소희 : 진짜 인조한테 잘했나 봐. 듣기로는 궁중의 어떠한 여인들도 인조의 사랑을 받지 못했었대.

주만 : 무언가 있었을 거야.

진수 : 주만이가 생각하는 무언가가 뭔데?

주만 : 그거 있잖아. 말로 하기에는 좀 그런 거 말야.

소희 : 에이그.. 왕한테 그것만으로 되겠어? 남자는 그냥 잘해주기만 해서 마음을 얻기 힘들어.

수진 : 그건 소희 말이 맞는 것 같아.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서 정통성이 흔들거릴 때 난 일어났지. 그리고 얼마 뒤에 호란으로 인해 삼전도의 굴욕을 겪었지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겠어.


삼전도의 굴욕 : 삼전도는 오늘날의 서울시 삼전동의 부근으로 조선시대에는 한강 상류에 있던 서울과 경기도 광주를 잇던 나루터였다. 1637년 1월 30일 청나라의 군대에 의해 압박을 받던 인조는 청나라의 지휘본부가 있던 삼전도에 가 청나라 황제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다. 이때의 기억은 인조에게 씻지 못할 치욕의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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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 : 내가 생각할 때도 그런 거 같아. 여자는 남자가 잘해주고 지켜봐주면 되는데 남자는 여자가 무작정 잘해준다고 해서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북돋아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성현 : 아무튼 인조와 소용 조씨 사이에서 난 아들 숭선군은 엄마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때 사랑을 받지는 못하고 큰 거지.

소희 : 숭선군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왕실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나인과 내시가 있더라도 어머니 역할이 될 수 있겠어. 그래서 공주가 마음속에 자리한 것이 아닐까 싶어.

수진 : 그러게 인조의 사랑을 받고 그걸 기반으로 권력을 잡는데 올인한 거지.

진수 : 그렇다고 해서 영원한 권력도 없잖아.

수진 : 그럴 때는 권력이 참 부질없다고 해야 하나. 결국 인조 사후에 효종이 즉위하고 나서 사사당해 죽어.

주만 : 어머니가 사사당해 죽는데 아들 숭선군은 무사한가?

성현 : 아 사사당했으니 그 순간은 무사할 수 없겠지 조귀인(趙貴人)이 사사되고 효명옹주는 서인이 되었는데, 이에 연좌되어 강화도에 위리안치되었다가 1656년 부수찬 홍우원(洪宇遠)의 소청으로 풀려 돌아온 뒤 관작이 복구되고, 제주에서 진상된 용종마(龍種馬)를 하사받았어.


소용 조씨 : 인조가 살아있을 때 그의 총애를 등에 없고 수많은 권력의 칼을 휘둘렀던 소용 조씨는 자신의 아들인 숭선군의 부인 신씨를 저주하기도 했다. 결국 인조 사후 효종이 즉위하면서 역공을 받고 사사당한다. 효종은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인 소용 조씨를 사사하긴 했지만 장례를 예장으로 치러주었다.


주만 : 그런데 소희는 거제에 갔다오면서 빈손으로 온 거야? 맛있는 거 없어?

소희 : 특산품 같은 거? 머 별거 없는데? 돌미역, 멸치, 굴.. 머 이런 거 있는데 그런 거는 마트에도 파는데 사다 줄까?

주만 : 그런 거 말고. 거기서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 같은 거 말야.

소희 : 아~ 요즘 몽돌 빵이라고 알려져 있던데 다음에 올 때 사다 줄게.

진수 : 왕릉이 아니고 그냥 왕자의 묘 처음 와보는 것 같아.

소희 : 나는 숭선군이 이곳에 묻어달라고 했다는 사실이 다르게 받아들여져.

수진 : 어떻게?

소희 :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성장하는 모든 것에는 밑그림이 있다"라고 했거든. 어느 단계에서든 실패하면 일평생 떨쳐버리지 못하는 정신적이 결함이 생기는데 공주에 대한 숭선군의 애착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진수 : 심오하네.

주만 : 다음에 올 때 꼭 몽돌 빵 사오는 거야.

소희 : 그래 알았다~~.. 아 그리고 다음주에 후배 중에 소윤이라는 애 올 거야.

주만 : 예뻐?

소희 : 직접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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