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에 모든 것을 걸었다.
MCU 세계관에서 서사를 엮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가볍게 히어로들을 보는 재미로 영화관을 찾는 이들에게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수익을 포기하는 일일 수도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의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보인다. 마블 유니버스의 캐릭터 23명을 등장시키고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물론 속편을 기다려야 한다는 떡밥을 뿌린 덕분에 적지 않은 관객들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볼만한 장면들과 코믹 코드가 적지 않아 재미가 상당히 있는 편이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가장 큰 비중은 어벤저스의 히어로들이 아니라 타노스다. 타노스는 우주를 지배하겠다던가 가장 큰 힘을 가져야 한다는 그런 단순함에서 벗어난 빌런이다. 우주론적인 관점에서 모든 존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고뇌하는 이상한 악역이다. 타노스를 보면 어릴 때 잘못 교육받고 성인이 돼서도 받았던 충격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그 정도의 힘과 에너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사소한 것에 모든 것을 건다.
결국 그가 원하는 스톤을 확보한 타노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타노스는 소통이라는 것은 전혀 하지 않는 빌런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외롭다. 힘을 가졌지만 그의 곁에는 충성하는 네 명의 탁월한 부하들만 있을 뿐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악어의 눈물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 스톤이 없어도 맨몸으로도 헐크를 누를 수 있는 그는 어떤 존재인가.
어벤저스의 멤버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모두 무기를 업그레이드했지만 그것만으로 타노스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모두들 최선을 다했지만 파워 이상의 힘을 가진 타노스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사기 캐릭터라고 불리는 닥터 스트레인져 조차 타노스 앞에서는 역부족 일정 도니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나노 테크놀로지 기술을 최고로 업그레이드한 아이언맨은 자신의 기술력의 한계를 맛보아야만 했다.
인피니 티워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힘을 무언가에 집중시켜 놓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 현대사회 속에 조직은 힘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철저하게 그들만의 조직 안에서 숨겨둔다. 그리고 썩어간다. 각 스톤들은 인간사를 반영하는 듯한 에너지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힘이 누군가에게 집중되는 순간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만드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가장 강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상상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인간은 가지고 있는 것의 한계가 있기에 그걸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름답고 강하고 현명하다. 그런 이유로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강한 존재로 남게 만들었다. 한계가 없다면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 이상으로 강해질 가능성도 적다.
결핍으로 만든 괴물과 결핍으로 인해 존재를 초월하게 될 존재들의 대결이 인피티니 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