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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5. 2018

점. 선. 면

찍고 이어서 마음을 담다.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듯이 그림 역시 채우기 위해서는 점을 찍고 점과 점을 연결하여 선을 만들고 그리고 채울 수 있다. 사람의 마음과 비슷한 면이 있다.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점을 찍고 그리고 쭉 이어간다. 그다음에는 서로의 마음이 담겨간다. 천안예술의 전당에서는 지난달 13일부터 가정의 달인 5월 27일까지 점, 선, 면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이번 전시전에서는 박선기, 박승모, 김세중 세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작품을 가지고 참여했다. 


천안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전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감각적이어서 좋다. 전통적인 화풍의 작품전도 열리지만 현대적이면서 인생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전시전이 자주 열려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역사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듯이 세상의 모든 것은 점.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적으로 말한다면 1차원과 2차원이지만 점. 선. 면이 공간에 투시될 때 3차원이 만들어진다. 2차원의 면을 옆에서 보면 선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와서 보면 면으로 보인다. 모서리로 와서 보면 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뒷공간이 투사가 된 것 같으면서도 3차원 공간에 독특하게 작품을 구성한 덕분에 여러 각도에서 독특한 느낌을 부여한다. 환상의 세계를 만든다는 힘이라는 의미의 Maya는 산스크리트어로 이 작가의 작품은 Maya를 영사기에 투과된 스크린이라는 의미의 환으로 바꾸어서 표현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의 공간이 가치가 부여되고 꿈을 꾸기에 현실이 존재한다. 

두 개의 공간의 분리에서 오는 찰나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박승모의 작품에는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무언가 소용돌이치면서 마치 블랙홀로 끌려들어 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 상에 존재하고 흔하게 접하는 나무의 최후 모습인 숲을 재료로 표현하였다. 나무로 만든 건축물은 유용성에 의존하여 존재하게 된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재료인 나무다. 

예술작품들을 보면 그것을 만들고 그리고 표현한 작가들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철학, 미술, 자연, 음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멋지게 생각되어진다. 

오렌지 세상에 재료는 마치 메탈 같기도 하고 실크처럼 보이는 것으로 엎드려 있는 여자를 표현한 작품 앞에서 멈추었다. 점, 선, 면으로 만들어진 가장 멋진 작품이다.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된 여성의 몸을 보면서 태어나서 살면서 하루하루가 저렇게 선으로 몸에 새겨지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주 얇은 철망으로 만들어진 작가의 작품을 멀리서 보면 이렇게 여성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작품에 가까워질수록 형상은 모호해지고 마지막에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작가의 주제는 공간이다. 글 쓰는 사람의 공간은 흰 백지이던지 모니터 속의 하얀 백색 화면이다. 캔버스 천을 잘라 선으로 표현하고 그 속에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려낸다. 글 역시 그렇게 채워지면서 누군가에게 읽힌다. 

세상을 가장 멋지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가의 주재료는 검은 숲으로 작은 숯 덩어리를 투명한 나일론 줄에 달아서 점이 아닌 조금은 빈 듯한 여백과 함께 하나의 입체물로 만들어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완벽한 그리드가 만들어졌다. 나무가 처음 자라고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숯이 되듯이 숯은 삶의 시간을 연상케 만든다. 


찍고 이어서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이 특별전은 오는 27일까지 천안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점, 선, 면 전

천안예술의 전당 미술관

4.13 -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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