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17. 2018

술에 대한 단상

어떤 것을 좋아하십니까.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지 그것이 온전히 술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모든 범죄자는 밥을 먹는다 그렇다면 밥을 먹는 것은 위험한 것일까. 만드는 사람의 혼이 담긴 술은 음식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알코올이 간에 부담을 주고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뭐 그건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이번에 면세점에서 선택한 위스키는 맥캘란의 테라다. TERRA라는 네이밍이 부여된 이 술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우선 같이 술맛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과 마셔보는데 역시 위스키의 기본 도수인 40도에서 3도가 높을 뿐인데도 불과하고 독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맛이 유니크한 것이 있어서 좋다. 몰트 위스키는 바로 그런 맛에 마시는 것이 아닌가. 

일본의 맥주는 어느 곳을 가던지 간에 항상 옳다. 물 같은 것을 섞지 않고 만든 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은 한국의 맥주가 쉽게 흉내 낼 수가 없다. 오래전에 살았던 수메르인들이 대맥의 맥아를 당화 시켜 물과 함께 섞어 맥주를 만들어 먹었다. 맥주는 중세시대에 수도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발달해 왔다. 수도원에서는 세금도 적게 내는 특권을 가지면서 속세의 양조업자들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오늘날에도 이름으로 남아 있는 잘바르토 비어, 파울라너, 아구스 터너 비어는 수도원에서 시작된 맥주의 이름이다. 

자 그럼 이렇게 몰트 위스키를 샷으로 먹는 것은 어떨까. 몰트 위스키는 전용잔에 마셔야 향과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그냥 샷잔에 마시면 이맛도 저 맛도 아닌 그냥 블렌디드 위스키의 다른 맛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다시 맥주 이야기로 돌아와 본다. 독일이나 일본이 맥주 강국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자연 발효되는 맥주의 맥주 순수령이 영향을 미쳤다. 맥주 맛도 모르면서라는 말은 일본이나 독일에 가서 맥주를 먹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위스키나 소주를 마실 때 가장 많이 마시는 방법은 얼음을 채운 잔에 소주를 바로 따라 마시는 록이나 술에 물을 타 마시는 방식인 미즈와리, 술에 탄산수를 마시는 소다 와리, 술에 뜨뜻한 물을 타서 마시는 오유 와리 등이 있다. 산토리는 한국에서는 조금 비싸지만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 큰 사이즈는 10,000원 정도에 작은 사이즈는 5,000원 정도에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긴자에서 올해까지 영업하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금요일에는 크루 나잇이라고 해서 멤버들만 받아서 운영한다. 이곳에 위치한 상당수의 술집들은 멤버십으로 운영한다. 

이번에는 다른 일본인 손님이 추천한 일본 소주(25도)를 미즈와리로 마셔본다. 게다가 자신이 주문한 어묵까지 나누어주는 친절함(?)을 보여주었다. 오뎅맛이 꽤나 괜찮다. 국물 맛을 마셔보고 싶었는데 이곳은 자작하게 국물을 담아 준다. 오뎅의 맛을 즐기라는 배려인가. 

저런 클래식한 전화는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다. 이 곳에서의 시간은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발목의 상처 때문에 욱신거리지만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긴장감을 여기서 실타래처럼 조금씩 풀어내어 본다. 치료를 적시에 하지 않아서 지금은 약을 먹으면서 집콕을 하고 있다. 

일본인 손님들이 궁금한 것이 많은지 나이와 결혼 여부 등등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도쿄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내게 해 준 여성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명함을 받기는 했는데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이름을 적지 못했다. 나올 때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올라갈 브런치 주소를 알려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