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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8. 2018

살인 소설

그런 사람만이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 할 수 있는 직업인가. 그것에 대한 의문은 5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인은 정상적인 범주 내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고민 같은 것이 오래도록 뒤끝 있게 남아 있다. 바르게 다스린다는 정치는 정상적이면서 품성도 일반 사람들보다 더 고귀해야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협작과 여론몰이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니 정상이 되겠는가. 살인 소설이라는 영화는 거짓과 부패, 더러운 돈으로 점철된 정치인과 예비 정치인들의 이야기다. 


한국도 전국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방선거에 나설 집권여당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은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애인 지영과 함께 별장에 들렸다가 수상한 청년 순태를 만나 작은 거짓말부터 시작했다가 예상외의 사건으로 전개가 된다. 거짓과 진실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가 꼬여버린 채 흘러간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아도 되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룬 목적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게 만든다. 방향이 한 번 틀어지면 영원히 원래의 방향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리고 바뀐 방향을 옳은 방향이라고 착각한다. 정치인들이 초선에 한 번 잘못 오르면 두 번째, 세 번 째는 더 괴물이 되어야 가능해지고 더 많은 것을 위해 주변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돈은 아무런 죄가 없지만 돈은 사람들을 검게 물들이는 기막힌 재주가 있다. 돈의 주인이 아닌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자신이 얼마나 부패해가는지 스스로가 깨닫지 못한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도닦으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정치인은 바르게 다스리고 판사는 공정하게 판결하고 검사는 범죄를 뿌리 뽑고 의사는 사람을 고치면 된다. 그러고 나서 생기는 문제없이 생긴다면 누가 머라겠는가. 바르게 다스리기 전에 돈을 생각하고 돈 때문에 법리를 악용하고 돈 때문에 사정의 칼날을 거두고 돈 있는 사람에게만 히포크라테스의 눈이 떠진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를 보면서 재능이 있는 사람일수록 주변 정리를 잘해야 되는구나를 다시 보게 된다.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잘못된 길로 들어서다 보면 결국 그것이 어떤 순간에 한꺼번에 몰아닥치게 된다. 그때는 돌이킬 수가 없다. 돈과 인생의 관계도를 본다면 인생의 가치는 신의 영역이라면 돈의 가치는 악마의 영역 같다. 악마는 돈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을 타락시키려고 시도하고 상당수는 성공한다. 영화 살인 소설은 웰메이드 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생각해볼 만한 의미를 부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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