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닝 맨

기억력은 가장 허술한 뇌의 능력

기억력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기억력은 뇌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능력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어찌 보면 쓸데없이 보이는 지식을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도 사람의 이름은 그냥 지워버린다. 기억의 편린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피닝 맨은 가족의 이야기를 말하는 가운데 완벽하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사회에서 명예로운 직업에서 종사하고 있으면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지탄받을 일반적인 것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그 명성에 끌려 오는 이성에게 그걸 즐겨도 된다도 생각하는 양면성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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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남성이 그런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때론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혹에 빠져 덫에서 발버둥 친다. 영화에서도 그런 콘셉트는 많이 등장했다. 완벽한 가정과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에반 버치 교수는 영화 초반에는 문제의 소지를 모두 끊어버릴 정도의 단호함을 보이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마을에서 조이스라는 여성이 실종되면서 그는 용의자의 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면서 그가 숨기려고 했던 사실들이 조금씩 밝혀진다. 영화는 그를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은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조여 가는 과정에 주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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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형사 멀로이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은 선임 형사 역을 잘 소화해냈다. 그는 증거를 하나씩 하나씩 수집해가면서 에반 버치를 압박해간다. 언어철학에 남다른 명성을 지닌 에반 버치는 조금씩 조금씩 궁지에 몰리면서 자신의 편린 된 기억과 함께 학생과의 적절하지 못한 관계에서 정신이 스스로 조금씩 무너져 내려간다. 이 영화를 철학적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스릴러라고 보기에는 쪼임이 덜하다. 그러나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 부분의 부족함을 메우면서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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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자신을 모두 알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뇌가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바꾸고 속이면서 자신을 속인다. 그러니 자신도 자신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화는 무언가 여지를 남겼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 그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나 모든 것을 명확하게 결정하고 쓰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여자는 약해 보이는 가운데 강하고 상대방을 속이는데 능하며 남자는 강해 보이는 가운데 약하며 상대방을 속이는데 어설플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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