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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4. 2018

하늘을 날다

사천 바다 케이블카의 매력

평일에도 줄 서서 타는 케이블카는 국내에 많지 않은데 남해의 비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사천 바다 케이블카는 상황이 다르다. 인접해있는 통영에도 케이블카가 있고 적지 않은 남해안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계획하고 있기에 적자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달 4월 13일에 정식 개통을 하고 지금까지 20여만 명에 이르는 탑승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사천 바다 케이블카의 개통 소식을 들었지만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방문해보지 못하고 한 달이 조금 지난날 남해바다의 비경을 보러 떠났다. 창선·삼천포대교와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비롯하여 아기자기한 유·무인도서 등을 보는 것은 덤이고 안전하지만 아찔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사천 바다 케이블카의 본 매력이다. 

사천 바다 케이블카는 일반 캐빈과 크리스털 캐빈으로 나뉘는데 보통 2:1 정도의 비율로 운행이 된다. 가격은 일반 캐빈이 15,000원 (성인), 12,000원 (아동)이고 크리스털 캐빈은 20,000원 (성인), 17,000원 (아동)이다. 개인적으로 이 케이블카의 매력을 즐기려면 조금 더 돈을 주고라도 크리스털 캐빈을 타는 것을 추천해본다. 아찔한 느낌을 받기에는 크리스털 캐빈이 적격이다. 

평일에도 줄 서서 타야 하지만 주말에는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가격이 5,000원 비싼 덕분인지 크리스털 캐빈은 조금 더 빠르게 탈 수 있다. 만약 걷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마지막 전환점인 각산에서 내려서 걸어내려 올 수도 있는데 이때는 편도요금이 적용이 된다. 

살짝의 대기시간을 지나자마자 케이블카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케이블카가 이렇게 속도가 빨랐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내려간다.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한 느낌까지 받는다. 이 케이블카는 총 59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동서동 초양도와 각산을 잇는 연장 2.43㎞ 구간에 설치되었다. 여수의 케이블카가 섬에서 바다를 건너고 통영이 육지에서 산으로 올라간다면 이곳은 육지에서 섬으로 그리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모든 비경을 만나볼 수 있다. 

같이 탑승했던 케이블카에도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이 있었는데 계속 밑의 투명한 부분을 보지 못했다. 바닥이 투명해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다. 테두리를 제외하고 모두 투명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모두 일이서서 이 바닥에 있어도 깨지지 않도록 강화했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두려움이 없는지 계속 밑에 있는 바다를 보며 간다. 사천 바다 케이블카가 잠시 느려지는 곳은 세 곳이다. 섬으로 갔을 때와 중간 기착지이며 출발지인 탑승장과 각산 탑승장이다. 이 세 곳을 제외하고는 순식간에 점과 점을 연결한다. 

사천 케이블카 탑승장에 가면 초속 16미터 이상의 바람이 불면 운행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는데 사실 이 케이블카의 안전기준은 초속 22미터까지도 안전하게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케이블카의 내부 폭이 넓은 것도 특징 중 하나인데 이는 휠체어와 유모차 탑승이 가능하도록 내부 폭을 84cm로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려해상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천시는 이 케이블카를 개발해서 운행하면서 연간 75만 명의 방문자를 예상했다고 하는데 이 속도라면 75만 명은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시 각산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들어섰다. 바다의 비경에 비해 재미가 적을 줄 알았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코스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케이블가의 발권은 운행 종료 1시간 전까지이며, 탑승권은 대방 정류장 매표소에서 팔고, 온라인 예약도 가능한데 소셜커머스 등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드디어 각산 전망대까지 올라왔다. 사천에서 멋진 비경을 볼 수 있는 각산을 이렇게 손쉽게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남해의 사천시에 자리한 각산은 남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주변에서 오는 모든 적들을 감시할 수 있어서 각산산성과 각산 봉수대가 만들어져 있는 곳이다. 

케이블카 같은 시설물이 들어올 때는 보통 자연경관의 훼손을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실제 탑승해보고 위에 올라서서 본 케이블카는 남해의 옥빛 바다를 감상하는데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수없이 오고 가는 케이블카가 오히려 역동감을 주는 느낌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가족들과 부산에서 온 관광객들, 한 부부는 연금을 털어서 남해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햇볕 좋은 남해 바다의 매력이 그렇게 좋다고 하면서 결국 이곳에 발목을 잡혀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가장 편한 곳이 자신의 몸을 뉘일 수 있는 집이며 살아가는 곳이지만 이렇게 여행지를 돌아다니다가 보면 장소에 대한 로망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도 언젠가는 저편으로 넘어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내일도 천재지변을 넘어선 엄청난 일이 얼어지지 않으면 이글거리며 떠오를 것이다. 여행의 맛도 그런 것에 있다. 

케이블카를 타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이 순간을 공유한다. 이쁘게 나온 모습들만 간직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바람이겠지만 배경이 너무 매력적이면 사람이 잘 못 나와도 그냥 이쁘다. 

사람마다의 경험치는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천 바다 케이블카는 우선 방문객들의 수고를 덜어주며 비경을 즐기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강점이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오랜 대기시간이 불만인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요금에 대한 기대치가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남해바다를 공중에서 한 번도 바라보지 못한 사람이나 각산이라는 곳을 한 번도 올라가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뜻깊은 추억을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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