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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9. 2018

거제박물관

거제의 오래된 역사

거제박물관은 시규모의 박물관으로는 소박하면서도 오래되었다. 오래된 거제박물관은 얼핏 보면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연구소 같은 느낌이 든다. 거제같이 섬으로 된 곳은 육지보다는 물이 귀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우물에 대한 역사가 유서 깊다. 


거제박물관은 365 투어로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거제 문화재단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여행사로 거제 박물관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우물과 옹기는 거제도에서 매우 소중하게 사용되던 물건이며 공간이었다. 장독대, 부엌, 곳간 등에서 사용되는 생활용품에서 민간 신앙용이나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그 문화를 공유해 왔다. 거제박물관에서 만나는 옹기 역시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세련미보다는 투박함이 정겹게 다가온다. 

거제도의 곳곳에는 이렇게 많은 우물들이 존재한다. 지금은 상수도가 발달되어 집집마다 상수도가 연결되어 있지만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우물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거제의 문화를 말해주고 있다. 

거제도에는 청동기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고인돌도 남아 있다. 거제도의 소중한 자원인 우물은 '움'과 '물'의 합성어로 움물-> 우믈-> 우물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물을 얻기 위하여 땅 속에 있는 물을 고이게 하는 시설로 거제에 만들어진 우물의 시기인 선사 시대인 청동기 시대까지 올라간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의 저서에 따르면 우물은 아무 곳이나 파는 것이 아니고, 함부로 메우는 것도 아니라고 하며 우물의 신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물은 다양한 신화를 품고 내려오는데 고려사에서는 작제건과 용녀 신화에서는 왕건의 조모에 해당하는 용녀가 우물을 통해 서해바다를 드나들었으며 용녀가 낳은 네 아들 중 맏이인 용건은 꿈에 만난 여자와 결혼하여 송악산 옛집에 살았는데 풍수를 배운 도선의 말대로 새 집을 짓고 살다가 아들을 낳아 왕건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왕건은 추후 고려를 건국하게 된다. 

박 바가지는 정월대보름날 우물에서 첫 물을 걷는 사람만이 용의 알을 떠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우물과 관련된 속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세 가지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 일을 하다 말고 여기저기 쓸데없는 일을 벌여놓으면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 자신이 급해야 일을 시작하게 됨

우물 안 개구리 : 자기가 처한 형편만 알고 넓은 세상의 형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빗대어하는 말, 다시 말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많이 아는 척할 때 하는 말


거제박물관의 2층에 오면 거제의 민속, 예술에 관한 내용을 만날 수 있는데 먼저 2층에 갔다는 표시로 종을 3번 치라고 쓰여 있다. 조왕신에 대한 인사로 말이다. 

거제같이 섬으로 되어 있는 공간은 둘레가 어촌으로 형성되고 내륙에서는 벼농사를 하게 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바다를 다른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으며 섬으로 된 지역은 더욱더 두드러졌다. 옛 문헌에 따르면 부족 국가 시대였던 옥저와 삼한 지역에 어업이 발달했으며 어촌은 연안과 섬에 위치해서 주거가 일정한 집촌 형태의 마을을 이루었다. 

육지에서만 살았기에 거제박물관에서 만난 섬 문화는 조금 독특하게 다가왔다. 바다에서의 생업활동은 보통 육지보다 늘 불안하고 위험했으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마을민들이 단합하고 결속하려는 사회적인 풍습이 강하게 이어져왔다. 

특히 어촌은 당제나 뱃고사 등 마을의 공동 의례와 개인적인 금기사항들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했다. 어촌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육지 사람들과 다른 삶과 문화적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각종 오래된 자개장은 누구나 소유할 수 없었던 물건이지만 거제도에도 적지 않은 자개장 문화가 내려오고 있다. 

거제 박물관의 특이한 점은 풍수지리를 생각보다 깊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지하철이나 도로 개통을 더 중요시하지만 풍수지리학은 음택풍수에 의한 죽은 자의 묏자리를 정하는 것과 산 사람이 기거하는 집의 터를 잡는 양택풍수가 상당히 중요하다. 

거제시내에 있는 거제박물관은 크지도 않은 공간이지만 거제만의 문화와 어촌생활, 청동기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들만의 역사와 우물과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거제만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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