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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30. 2018

중간계층

평범한 것이 어려워진 세상

지역에 관계없이 4년제 국립대학만 나오면 취직이 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50대까지 일할 수 있던 시기는 20년쯤 전에 지나가버렸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누렸던 그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in Seoul에 있는 대학 중 상위권에 있는 대학을 졸업해야 그나마 가능해졌다. 70년대 80년대 경제성장률은 이제 기대할 수가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것들이 자동화되었고 필요한 인력들은 줄어들었다. 평범한 능력의 학생들 혹은 청년들 나아가서는 중장년층들은 이제 평범하게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 서울 내에 위치한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과 지방 국립대학을 나온 학생들과의 격차는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사람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을 뽑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선 첫 관문을 조금 어렵게 통과한 사람들을 쓰는 것이 조금 더 용이하다. 보통 고등학교에서 10등 ~ 20등 사이에 놓인 학생들이 지방 국립대를 가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그들이 똑같은 노력을 해서 쌓은 능력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 졸업생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그들보다 입사에서 좋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우월해야 한다. 


뭐 사회봉사 경험, 토익, 자격증, 인턴경험 등은 솔직히 루즈하다.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스펙을 쌓으면 그것은 스펙이 아니라 경험 정도에 머무를 뿐이다. 그래 경험할 수 있다 치자. 그것이 기업에 어떤 이득이 될 수 있을까. 공무원 시험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과 일부 중장년층은 올인한다. 상당수의 청년들이 올인하는 공무원 시험은 공정할 수 있어 보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상당히 큰 낭비다. 만들어지는 것은 없는데 그걸 관리하는 사람들만 늘어나고 있다면 그 국가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겠는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생활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은 채 민간에서 지불해야 할 돈을 올리는 것은 비틀린 효과만 만들 뿐이다. 임대차 보호법이 5년까지만 해당이 된다. 우리나라의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는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임대차 보호법의 적용기간을 늘리는 것을 반대해서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수의 건물주를 위해 정치인들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의 상인들과 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 9년 동안 행복하게 MBC의 간판 아나운서로 살 수 있었던 모 여성 아나운서는 강남의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주겠다고 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불행하게 나이가 드신 분들은 언론이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적당하게 관심을 분산해주고 자신들과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피해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주면 표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시 돌아와서 중간계층이 튼튼한 국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방 국립대학은 지방의 교육의 거점으로서 의미가 크다. 그곳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부분 중산층이 아닌 중산층과 차상위계층 사이의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 한계에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까지 그것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강소기업을 많이 만들기 위한 정책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최저임금을 올리고 세금 지원을 하고 일부 영세기업 지원은 언발에 오줌누기로 한다면 미래는 없다. 


사실 아직까지 이런 한국사회를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탁월한 실력을 가지는 것뿐 외에 방법이 많지 않다. 평범한 것이 어려워진 세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변화된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학문은 배우고 익히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획력을 가져야 하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에 학생들만 분주하게 탈출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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