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지 못한 인간성
인간성을 하나로 정의 내리기는 정말 힘들겠지만 적어도 보편적인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존재가 아닐까. 인간성이라는 것은 인간적이라는 말의 다른 의미다. 영화 더 타이탄은 미래의 인류를 찾기 위한 발걸음에서 시작한 것처럼 보였지만 한 과학자의 과도한 욕심에 의해 출발된 왜곡된 프로젝트였다. 토성의 위성 가운데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은 1655년 3월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인 호이헨스가 발견했는데 지름이 약 5,150km로 달의 1.5배에 달한다. 바람과 강우를 포함한 계절적인 기상 패턴을 가지고 있어 원시 지구와 비교되기도 한다. 표면에 안정된 상태의 액체가 확인된 지구 외의 유일한 천체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조금은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척박한 타이탄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큰 장벽에 놓이게 된다. 나치의 연구기술을 바탕으로 강한 신체를 지닌 사람을 모집하여 DNA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지원자는 DNA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지만 릭 중위만은 그 변화를 이겨내고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타이테이언스가 된다.
인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이 아니라면 인간성은 소멸되는 것인가. 인간보다 훨씬 강한 신체적인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반드시 악마로 변하게 되는 것인가. 아니라면 그 존재는 어디서 살아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메시지가 영화 속에 스며들어 있다.
배우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막장 B급 영화로 생각되겠지만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영화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배우들이 영화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일부 입증된 셈이다. 타이테니언스라는 말은 원래 없었던 단어다. 타이탄에서 살 수 있는 종족을 의미하는 합성어로 타이탄 + 사피엔스와 적당한 결합으로 보인다.
우월한 존재가 열등한 존재를 멸망시키고 억누르는 것은 인간만이 해왔던 것이다. 문명화가 되어 왔다고 하지만 우리의 피 속에는 여전히 강자에 의한 약자 지배를 당연시하고 있는 유전자가 있다. 아닌척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법에서 금하고 있으니 말이다. 호모 타이테니언스로 바뀌게 된 릭은 폭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이용해 자신의 업적을 만들려는 콜링우드 박사가 더 사악했다.
인간적인 것이란 것은 존재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확인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