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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8. 2018

칠성사

멋진 풍광이 만들어낸 사찰

악양면에 있는 칠성사는 전남 여수에 있다는 유명한 사찰보다 더 멋진 풍광을 가진 곳이다. 천년의 세월이 이어가는 지리산 악양면 칠성봉 아래 황금 봉황이 내려앉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칠성사에는 고려를 개국한 왕건의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일어서기 힘들 만큼의 참패를 겪은 왕건은 겨우 오합지졸을 모아 지리산 노고단을 찾아 승모천왕 산신할머니에게 제를 올렸다고 한다. 


하동 악양면의 노란 갈대들을 보면서 칠성사를 찾아간다. 지리산에 제를 올린 승모천왕 산신 할머니가 그냥 소원을 들어주었겠는가. 승모천왕은 실천해야 할 세 가지를 일러주는데 나라의 기운이 남해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쉬어 가는 세 곳에 사찰을 세우라고 한다. 순천 조계산, 광양 백운산, 진주 이반성 자리인데 그렇다면 칠성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둘째 조건은 승모천왕의 아들을 대사의 제자로 삼으며 아들이 수행할 장소를 하동 악양의 칠성봉이라고 지정해준다. 양지바른 곳에 수행터를 잡아주고 금봉에게 다섯 계율을 정해준다. 

첫째. 수행 중일 때 누가 찾아오더라도 묵언하며, 반갑게 하거나 손님 대접을 하지 않는다.

둘째. 하루 한 끼 식사만 할 것이며, 그 후엔 음료 외에는 일절 금한다.

셋째. 허리를 뉜 채로 잠을 자지 않는다.

넷째. 수행이 끝나기 전까지 수행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섯째. 하루 일과 중 간간히 명차로 피로를 삭이며, 명차 밭을 가꾼다. 

색감의 대비가 이렇게 명확한 곳이 전국에 얼마나 있을까. 하루의 푸르름과 지리산의 짙은 녹음이 명확하게 대비된다. 채도의 확연한 차로 인해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곳에서 수행을 하면 무엇을 해도 잘 될 듯하다. 

이곳의 물은 정말 맑고 정갈하다. 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역시 사찰의 물은 맛도 기막히다. 사람이든 능력이든, 재물 이든 간에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간다는 것은 진리인 듯하다. 요즘에 드는 생각이 더욱더 그렇다. 

요즘에 지인에게 차의 맛을 알려주고 있는데  송나라 휘종 황제의 대관다론, 허준의 동의보감 등에서 
9가지의 덕이 있다고 한다. 머리를 맑게 해 주고 귀를 밝게 해주며, 밥맛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시켜주고, 술을 깨게 해 주고, 잠을 적게 해주며 갈증, 더위, 추위까지 막아주니 얼마나 좋은가. 

불교의 도와 깨달음이 그렇듯이 단박에 깨치는 것은 없다. 어느 경전을 보아도 도를 단박에 깨치라는 문구는 없다. 늘 고요한 가운데 마음자리를 살피기를 방심하지 말라라고 하고 있다. 

천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칠성봉 자락의 중턱에는 단정하게 앉아 있는 수행자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이곳에서 악양 최참판댁 입구까지는 얼마 멀지 않다. 

악양 칠성봉 금봉사에서 남쪽의 백운산 능선이 바라보인다고 하는데 꼭지가 물바구니 등짐을 진 채로 다리를 펴고 쉬는 모습도 함께 보인다고 한다. 얼마 올라오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이런 풍광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지리산의 매력이 더욱더 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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