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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8. 2016

향일암의 멋진 바다 풍광

남해의 명불허전 암자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아서 휴가철만 되면 관광객들이 몰리는 자그마한 섬이 있다. 그곳에 가면 갓김치가 있고 서대회와 각종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여수의 끝자락에 위치한 그 섬을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빙하다 보면 조그마한 암자에 닿게 된다. 조그마한 암자이지만 그 유명세는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만한 사찰인 향일암은 4대 관음기도처(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 여수 금오산 향일암)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여수의 명물 돌산 갓김치에 그 이름을 붙일 만큼 유명한 돌산도라는 섬의 끝자락에 있는 금오산에 있는 향일암은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향일암으로 불리게 된 것은 조선시대 때 인 묵대 사가 개창하면서부터이다. 향일암은 기도하는 암자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하지만 관광지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어디서 보든지 간에 시야에 막힘이 없이 남해바다가 보이는 향일암은 기암절벽 사이로 조금만 나아가면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매표소를 조금 지나가면 두 갈래길이 나온다. 좌측의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산행길과 우측의 조금은 편한(?) 산길로 가는 길중 선택해야 된다. 돌계단으로 가는 길은 10여분이 소요되고 산길로 가는 길은 20여분 정도가 소요된다. 돌계단은 10여분이 걸린다고 하나 평소에 운동을 안 한 사람에게는 숨이 차는 정도의 운동량이 필요한 곳이다. 

조금 올라와보니 바다 풍경이 기막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냥 쭉 뻗어 있어서 망망대해가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10여분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 가슴속에 있던 묵직한 것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저 앞에 있는 거북 머리 모양으로 돌출된 땅 모양 때문인지는 몰라도 향일암 곳곳에는 거북이 모양의 돌뿐만 아니라 다양한 거북 석상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수 향일암이 다른 암자와 독특한 것은 암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돌과 돌 사이를 지나야 하고 때로는 낮은 석문으로 인해 몸을 굽히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굽히지 않으면 둘러보기 힘든 사찰이다. 수직 절벽에 건립된 향일암의 바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경문이 자연스럽게 새겨진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든다. 글자인가 보면 글자가 아니고 글자가 아닌 것 같아 지나가려고 하면 글자처럼 보인다. 

향일암의 대웅전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바위 사이로 걸어 올라갈 때 저 끝에서 빛 같은 것이 보인다. 향일암은 원통보전, 삼성각, 관음전, 용왕전, 종각, 해수관음상 등이 있는 곳으로 사찰이 갖추어야 할 구색은 다 갖춘 셈이다. 향일암에는 관음전이 두 개가 있는데 그중에 위쪽에 자리한 상관음전은 원효대사가 수도하며 관세 음보 삶을 친견했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암절벽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경내는 그렇게 넓지 않다. 매년 향일암에서는 일출제가 열리는데 그걸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이곳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온 보람이 있다. 원통보전을 보기 위해 거대한 바위 두 개 사이를 지나온 의미가 있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상관음전은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한번 관문을 지나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인생은 끝없는 관문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잠시 든다. 뻥 뚫린 경관을 만나기 위해서 다시 좁다란 길을 지나가야 하는 것은 사람의 인생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생길은 고단함 끝에 낙이 있는 법이다. 고단함을 외면하고 낙을 만날 수는 없는 듯하다. 

바다를 향해 솟아나온 저 바위가 바로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좌선 대이다. 탁 트인 남도의 바다를 맞이하고 해풍을 맞아가면서 수도했을 원효대사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향일암(向日庵)이라는 암자의 이름의 뜻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에서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 항전하기 위해 승려들이 모였던 곳이기도 하다.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시원함을 넘어 상쾌하기까지 하다. 향일암에게 한편을 내어준 금오산의 한자의 의미는 금빛 자라산이다.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과 앞으로 튀어나온 땅 모양을 보면 꼭 거북이를 닮아있다. 황금은 빛이 나는데 그런 의미의 금오산에 빛나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는 향일암이라는 이름의 궁합이 좋다. 향일암까지는 조금 헉헉되면서 올라갈 만 하나 무릎관절이 안 좋던가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 한 사람이라면 금오산을 등반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향일암의 매표소를 기점으로 주변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갓김치와 막걸리를 팔고 있는데 개중에는 이렇게 데친 꼴뚜기를 파는 곳도 있다. 지난달 서천 장항항에서 연 꼴뚜기 축제에서 만난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남해까지 와서 보니까 오랜 지인을 만난 것 같다.


여수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돌산에서도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향일암은 인생의 길이 무엇인지 조금은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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