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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2. 2020

여행하는 습관

습관처럼 떠나서 만난 하동 칠성사

사람에게는 좋은 습관과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아주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습관은 사람을 만들어가는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어떤 습관이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고 나쁜 습관이라고 하더라도 고치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위대한 창조의 순간조차도 구체적 하루의 기록을 통해 만들어진다. 자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려면 어떤 정보가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채널보다는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습관이 좋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오랫동안 건강이나 자신을 위해서 근력을 키운 사람들이 많다. 운동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은 근력과 습관을 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굳이 생존에 꼭 필요하지가 않다고 하면 동기부여가 쉽게 흐트러져 버린다. 

생각하는 습관 역시 머릿속의 근육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는 사람이 많은 것은 바로 그 생각의 근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해석하고 자신에게 흡수하는 일은 항상 필요하지만 초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국을 다니다가 보면 고려 왕건은 참 많은 이야기를 남긴 것을 보게 된다. 지역명의 이름부터 설화와 다양한 사찰과 사랑이야기까지 너무나 많다. 전국을 휘저어가면서 통일 국가를 만들기 위해 돌아다녔기 때문일까. 대표적으로 후백제와의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하천이 흐르기에 이천이라는 지역명이 부여된 경기도의 도시나 경북을 상징하는 양반의 도시는 동쪽을 평안하게 했다고 해서 붙여진 안동이다. 

승모 천왕의 아들을 대사의 제자로 삼으며 아들이 수행할 장소를 하동 악양의 칠성봉이라고 지정해주는데 이는 참패를 겪은 왕건은 겨우 오합지졸을 모아 지리산 노고단을 찾아 승모천왕 산신할머니에게 제를 올렸을 때 산신할머니가 내건 조건중 하나였다. 

사찰은 산의 중턱에 얹어져 있기에 하동의 악양면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이 부근에 와서 제를 올리고 난 후 천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칠성봉 자락의 중턱에는 단정하게 앉아 있는 수행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 수행자는 필자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진한 단청의 색이 칠성사의 건물들에 흩뿌려져 있다. 건물의 칸을 규정짓는 대들보 위에 용의 모습도 있고 다양한 동물의 모습도 보인다. 

산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이날 마셔본 물은 언제 어디를 돌아서 다시 이곳으로 내려온 것일까. 아무렴 어떠하겠는가 물은 물에게로 이어지고 물로 채워진 사람으로 다시 살아간다. 물이 돌의 밑바닥을 채우고 넘쳐서 조금씩 흘러나간다. 하동의 칠성사는 한국전쟁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중창 불사가 시작되었을 때 금봉암이라고 하였다가 2014년에 칠성사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도선이 비전의 한 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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