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28. 2018

명사십리

거제 명사해수욕장

거제도에 가면 명사(明砂)라는 지명을 사용하는 해수욕장이 있다. 모래의 질이 얼마나 좋으면 그런 이름을 사용했을까. 모래의 질이 좋기에 바닷물도 상당히 맑다. 바닷물이 맑은 해수욕장은 동해가 많은데 제주도에도 적지 않다. 명사해수욕장을 직접 가보면 주변에 천년 노송이 우거져 있고 걸을만한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여름 피서를 하기에 좋다. 


명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거제의 앞바다와 바다 마을의 풍광을 살펴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영화에서는 이런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자매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질직이던 관계를 극복해내는데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잔 멸치를 가지고 와서 위에 덮어 먹는 잔멸치 덮밥(시라스동)을 해 먹어 볼까. 

해변의 길이는 생각보다 길지는 않다. 300여 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다. 바닷물을 만져보니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데다 서해안처럼 완만하게 수심이 이어져 있어서 해수욕을 하기에도 괜찮다. 이제 이곳도 해수욕장이 개장되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이다. 

다른 해수욕장과 다른 점은 저 앞에 보이는 다목적 해상 테크로 중간중간 투명 유리로 된 바닥으로 인해 바닷속을 볼 수 있으며, 해수욕장 전체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국에 해수욕장에 다목적 해상데크를 만들어 놓은 곳은 많지가 않다. 

아까 전 멸치를 이야기했는데 남해바다에서 잡히는 멸치가 많아 거제도를 돌아다니다가 보면 이렇게 멸치를 말리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본다. 아직 멸치가 완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빛깔이 맑고 영농한 것이 육수를 내기에도 좋고 반찬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해상데크를 안 올라가 볼 수 있겠는가. 천천히 거제도의 바다를 볼 수 있는 데크길을 걸어본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거제도에는 구조라ㆍ명사ㆍ농소ㆍ덕포ㆍ망치ㆍ물안ㆍ사곡ㆍ흥남 등의 해수욕장이 있다. 6월에 대부분 개장해서 7월에는 본격적인 피서를 즐겨볼 수 있다. 

데크길을 걸으면서 아래를 보니 밑의 모래가 투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고운 모래와 깨끗한 바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 등이 잘 어우러진 남해안 하계 휴양지로 추천할만하다. 

이곳은 아직은 얕은 바다로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해 보인다. 

거제도의 높지 않은 산에 걸쳐 있는 안개와 바다 그리고 명사해수욕장의 데크길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데크길의 끝부분의 바다는 수심이 조금 있는 편이다. 이쯤 오니 바닷물속으로 다이빙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이 일어난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조금 이른 여름의 열기를 식혀준다. 

이곳은 데크길의 광장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한 여름인 7월 말쯤에는 명사해수욕장에서는 명사 바다영화제가 열리는데 올해로 14회를 맞이하게 된다. 극장에서 내려간 지 얼마 안 되는 영화를 만나볼 수 있으니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거제의 명소를 둘러보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데크길에서 내려오는 길에 텐트를 치고 있는 외국인들을 만났다. 어떻게 거제도까지 왔냐고 물어보니 한국을 이미 여러 번 와봤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온 커플은 텐트를 치고 거제도 명사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다. 

거제도에서 유명한 해수욕장은 굵직굵직한 몽돌로 이루어진 몽돌해수욕장이지만 이렇게 고운 모래가 지천에 널려 있는 명사해수욕장이 걷기에는 좋다. 직접 몽돌 해수욕장을 걸어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걷는 것이 힘들다. 명사해수욕장의 모래는 누군가 모래를 체로 걸러서 다시 뿌려놓은 것 같이 곱다. 곱디고운모래를 손안에 올려본다. 그리고 그 모래는 순식간에 손 사이로 빠져나가버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성 소을 비포 성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