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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7. 2018

벼랑 위의 포뇨

오호! 이렇게 사랑스러운 소녀라니

콘텐츠 강국 일본이라는 나라는 보은이라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한 나라다. 이유 없는 친절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보은은 무조건 갚아야 하지만 자신이 인정할만한 상대에게만 보은을 받기를 바라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일본은 원칙주의자가 많은 나라다. 


벼랑 위의 포뇨를 보면 재난이라던가 이런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미화할 수 있는 재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일본을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샵에서 어머! 이건 사야 해 하는 아이템들이 정말 많은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상품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그림은 남해의 한 도시인 통영을 연상케 한다. 집이 전통적으로 만들어진 일본과 달리 도시 같은 통영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영화 속에서 2011년의 일본의 쓰나미와 같은 점은 '판다 코 판다 '에도 큰 비로 수몰된 마을이 나오는데, 이번 <벼랑 위의 포뇨>에서도 ‘소스케’와 엄마 ‘리사’가 사는 마을이 폭우와 해일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애니는 탁류에 의해 흐려진 물이 아닌 투명한 물에 가라앉은 거리로 표현되고 있지만 일본 쓰나미는 흐리다 못해 아주 새카만 물로 뒤덮였다. 

도시가 가라앉는다는 것은 비극성을 띄고 있기도 하지만 비 일상성이 주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이 현실화된 것이 바로 일본의 대지진으로 투영된 결과다. 벼랑 위의 포뇨에서는 살아있는 캐릭터와 파도의 묘사, 수채화 같은 풍경이 인상적이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깊게 동화될 수 있는 바다와 물결치며 벗어나는 해양이 서로 통하는 세상을 살고 싶은 포뇨는 왜 인간이 되고 싶은 걸까? 

영화 속 리사는 남편이 원양어선으로 멀리 떠나가 있는 가운데 거대한 쓰나미에서 포뇨와 소스케를 구해내는 매우 강인한 엄마이다. 그러면서 모든 시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일본 정부에 대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오호.. 포뇨는 사랑스러웠다.


절로 미소를 자아내는 물고기 소녀 ‘포뇨’는 동그랗고 오동통한 배와 조그마한 입술에 붉은 머리색을 가진 소녀 캐릭터로 독특하고 앙증맞은 모습이다. 작화 감독인 곤도 가츠야의 세 살배기 딸을 염두에 두고 포뇨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는데 캐릭터의 왕국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포뇨’는 고무공을 만질 때의 탱탱한 느낌을 표현하는 일본식 감탄사로 한국에서도 유효하게 느껴진다. 일본인이 느끼는 감정과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이 유사할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 이름이다. 특히 ‘리사’가 포뇨와 소스케를 위해 라면을 끓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포뇨가 좋아하는 햄을 먹는 장면에서 라면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밑의 뜨거운 햄을 먹게 하는 장면은 정말 세세한 표현을 얼마나 잘 해냈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떤 신화에서 보든 성경책에서 보든 간에 신은 일관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때론 질투하고 때로는 용서하고 때로는 인간이 참기 힘든 시련을 주기도 한다. 포근하게 인간을 감싸줄 것 같은 바다의 모습에서 흉폭해 보이는 쓰나미 같은 해일까지 모두 신이 가진 양면성이 아닐까? 


소년, 소녀, 사랑, 책임, 바다, 생명을 그린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지금도 벼랑 위로 올라서서 그 풍광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된다. 나이가 어리기에 동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가 동심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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