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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9. 2018

오이냉국

육회의 진득함과 어울리는 음식

제목은 오이냉국이라고 썼지만 사실 주인공은 공주 정안밤이 들어간 육회 비빔밥 일지 모른다. 그러나 직접 한 음식을 먼저 소개하고 싶어 제목에 오이냉국을 썼다. 이번 오이냉국을 만들 때 같이 넣은 것은 가지였다. 가지의 삼삼함이 오이의 아삭함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차 지금 글을 쓰다 보니 냉장고에 있던 미역을 넣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인~3인이 먹을 음식이었기에 오이는 한 개, 물은 생수로 종이컵으로 5컵, 레몬식초 15큰술, 설탕 10큰술, 통깨 한 큰 술, 맛술 4큰술을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공주에 있는 이 집의 육회가 가장 입맛에 잘 맞았다. 다른 육회 전문점도 있지만 양념이 비슷하다면 공주 정안밤을 한 땀 한 땀 썰어서 넣은 그 정성 때문인지 몰라도 이 음식점의 육회가 좋다. 육회비빔밥으로 포장을 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직접 밥도 넣고 오이도 넣으면 더 시원할 것 같아서 육회만을 포장해본다. 

한우 암소 전문점으로 육회비빔밥의 가격도 상당히 있는 편이고 육회도 다른 곳보다 가격대가 약간 있다. 그래도 맛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하자 주의라서 가격대 가성비가 좋은 곳보다는 비싸도 맛있는 집에서 구입을 하는 편이다. 

육회를 포장했으니 이제 재료를 사러 공주 산성시장을 들러본다. 공주산성시장은 공주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오래전에는 5일장에만 열렸지만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운영되며 5일장이 열릴 때에는 이 근처가 모두 상인으로 가득 찬다.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요즘에는 왕래하는 사람이 없어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소득 정체기에 온 것은 전 세계 추세로 이제 경제 내공을 쌓아야 할 때가 왔다. 


자 준비를 한 것이 식탁 위에 세팅이 되었다. 육회비빔밥에 쓸 밥과 포장해온 육회, 오이, 가지, 생수, 식초, 맛술, 설탕, 우거지가 들어간 선짓국과 마지막으로 아주 가끔 자몽을 갈아서 만든 음료가 준비되었다. 

오이는 한 개를 모두 넣으려다가 육회비빔밥에 사용할 오이는 따로 직각 썰기를 해서 썰었다. 오이가 생각 외로 육회비빔밥과 잘 어울릴 것만 같았다. 오이의 시원함이 조금은 텁텁할 수도 있는 육회의 진득함을 가라앉혀 줄 것 같았다. 육회비빔밥의 시작을 찾아보면 원래는 비빔밥을 팔다가 조금 부족한 영양가를 채우기 위해 우시장의 도축장에서 나온 신선한 소고기를 비빔밥 위에 얹어 팔면서 시작되었다. 

오이냉국에 들어갈 오이는 비스듬히 썰어서 칼로 먹기 좋을만한 크기로 잘라준다. 채로 썰면 더 좋겠지만 칼로만 해주는 것이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매번 이렇게 썬다. 

가지 역시 반으로 조각내어서 채 썰기를 하면 되는데 다시 반으로 나누려다가 이렇게 넣어서 먹어도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이대로 해본다. 

가지는 이렇게 접시에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정도 돌려주면 가지의 영양가는 보존하면서도 삼삼함이 살아 있게 된다. 너무 많이 돌려도 씹는 맛이 덜하고 적게 돌리면 너무 살아 있어서 냉국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힘들다. 

물이 생각 외로 많아서 소스를 넣고 나서 다 섞은 다음 이렇게 두 개로 나누었다. 가지와 오이가 들어가면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살짝 맛을 보니 맛이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것이 제법 여름과 잘 어울린다. 

자 만들어진 가지 오이냉국이다. 가지에서 나온 보라색이 소스와 잘 어울린다. 오이 한 두 개와 가지를 넣어서 먹어보니 시원하면서도 씹는 맛이 좋다. 얼음을 너무 많이 넣으면 간을 맞춘 오이냉국이 밋밋해질 수 있으니 먹기 전에 넣어서 시원함과 함께 냉국의 신선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멸치액젓을 넣기도 하지만 맛술이 더 괜찮아 보인다. 

자 이렇게 차리면 한상이 된다. 다른 반찬도 있으면 좋을 수도 있지만 심플하게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소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곳에서 사 왔지만 육회비빔밥보다 저녁의 중심은 가지 오이냉국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메인 요리보다 가지 오이냉국이 더 맛있다. 오이는 녹색이 짙고 가시가 있으며 탄력과 광택이 있는 것이 좋다. 한 끼 잘 해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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