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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9. 2018

신선대

나도 신선이 되어볼까. 

대한민국 남단에 있는 커다란 섬 거제도는 볼 것도 많고 체험할 것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관광자원 개발에는 소홀히 해왔던 곳이다. 거제도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조선소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인해 거제시는 지금 관광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려고 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이미지는 짧은 시간에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당분간은 경제 불황을 체감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바람의 언덕을 가본 적이 있지만 신선대는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찾아가 보았다. 신선이 놀던 자리라는 신선대는 얼마나 멋진 곳일까. 


입구에서부터 느낌이 남다르다. 바위에 서면 다도해 풍경이 펼쳐지고 갓처럼 생겨서 갓바위라고도 불리는 신선대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이 있어서 경치가 더 좋다. 맑은 날에도 좋지만 비가 끄치고 해가 뜰 때 찾아오면 진한 자연색이 눈앞에 펼쳐져서 사진이 더 잘 찍힐 것 같다. 

지천에 핀 꽃의 노란색과 초록색, 갈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아직 이곳에서는 바다의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조금만 더 가면 바닷소리가 들릴 것 같은 환청이 귓가를 맴돈다. 

딸과 같이 온 엄마, 연인끼리 온 사람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인증숏을 남기고 있다. 배경이 좋기에 사람이 자연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어디를 갔다 오면 기록을 남겨야 직성이 풀려서 인증숏이 일상이다. 그렇지만 타인의 카메라에 담기는 것은 생각해보는 걸로...

필자 역시 천천히 내려간다고 하지만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신선대의 암석은 묘한 색깔을 가졌다. 아래 바다와 가까운 쪽은 푸른 청색을 띠고 위쪽에는 잠시 붉은색을 띤 암석이 있다. 위로는 진한 암갈색의 암석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이 아니라면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이곳저곳이 깎여나가기도 하고 퇴화되기도 하면서 강한 곳은 지금까지의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약한 쪽은 안쪽으로 깎여 들어갔다. 바위에 앉아서 신선이 되어보려고 하지만 태양이 내려쬐는 강한 햇살로 인해 다시 움직이게 된다. 

바위가 유독 붉은 것도 신선대의 특징이다. 암석을 이루는 지질히 다르기 때문일 텐데 묘하게 느껴진다. 

층층이 겹겹이 쌓이면서 거제의 신선대를 장식하고 있는 바위는 그 자체로도 기암괴석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한다. 사람 또한 한 해 한 해를 살아가면서 인생의 기암괴석을 만들어간다. 그 기암괴석이 멋들어지게 만들던 볼품없게 만들든 간에 그것은 오로지 그 사람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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