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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2. 2018

하동의 차

하동 야생차 박물관

하동 하면 지리산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차 문화가 내려오는 곳이어서 정감이 가는 곳이다. 하동의 전 지역에서 녹차를 재배할 정도로 하동군은 녹차산업의 중심지다. 이슬을 먹고 자란 깨끗한 맛이라는 녹차는 따뜻한 녹차를 한 모금 머금으면 상쾌한 떫은맛과 은은한 쓴맛과 순한 단맛까지 우러나온다. 


하동의 차 문화를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변천해온 한국의 차 문화 역시 이 곳에 담겨 있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차인 승설, 용봉 단차 등을 즐겼는데 동지 전에 딴 납전차나 금화전에 딴 차인 화전차, 우전차 등이 있었고 고급차는 흔히 작설차로 불렸다. 

시대마다 음다문화를 변화를 거듭해 왔는데 신라시대에는 토기에 자다법으로 마시고 고려시대에는 청자잔에다가 차 가루를 풀어서 마시는 점다, 조선시대에는 백자에 우려서 마시는 포다가 유행하였다. 신라시대에 시작된 차 문화는 화랑도의 차유적이 한송정에 남아 있어 차가 심신의 수련에도 많이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해온 다구는 삼국시대에는 금, 은, 금동, 유리등에 담아 마셨으며 고려시대에는 조금 독특한데 차맷돌을 사용하여 차를 우려내기 위해 사용했는데 마찰열로 인한 차의 변질을 막기 위해 상당히 조심스럽고 천천히 돌렸다고 한다. 

차를 우려내면 은은한 향기가 공간을 채우는데 인생의 맛이 그대로 닮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이 즐거우며 찻물 끓는 소리에 귀가 즐겁고 쓰고, 짜고, 시고, 달고, 떫은 맛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옛날에 처음 차를 배울 때 다구부터 산 기억이 난다. 차를 우려내는 주전자인 다관부터 다관에서 우러난 차를 따라 마시는 잔, 다관에 물을 붓기 전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그릇인 숙우, 다기를 올려놓는 상과 소반, 다포, 다시, 다탁, 퇴수기, 다완, 다선, 다연, 다호를 모두 갖추려면 일명 명장이 만든 것을 사려면 기 백만 원은 훌쩍 넘어간다. 

멋진 색을 가진 다기세트다. 흙은 같은 곳에서 채취했어도 구어 보면 모두 색깔이 달라진다. 일본 역시 차로 유명한데 동북아 홋카이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재배되며 차를 마시는 풍습은 헤이안과 나라시대에 사신 등에 의해 중국에서 전해졌다. 

하동 야생차를 마시면 차와 같이 맑고 깨끗한 심성을 가꾸는 성찰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찻잎을 덖고 비비는 과정을 수없이 거쳐 만들어진 차 향기 속에 바삐 살아오느라 쉼 없이 살아온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이렇게 번쩍번쩍 빛나는 다기를 좋아하는 지인이 있다. 아마 이곳에 같이 왔더라도 이 다기 세트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금으로 코팅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이쁘고 영롱하다. 

이 공간에는 고려의 청자도 있는데 고려의 청자는 점토로 그릇의 모양을 만들고 유약을 입혀 1,150도 내외의 고온에서 구워낸 자기로 청자의 대부분은 식기로 만들어졌으며 고급 생활문화를 담고 있다. 일부는 청자 잔과 잔받침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고려시대의 전기인 11세기부터 중기인 13기까지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언제 시간을 내서 하동 진교면의 백련리 가마터를 둘러볼 생각이다. 백련리는 연으로 유명한 경관을 가진 곳이기도 한데 민간 생활용으로 제작된 것도 있지만 왕실에 진상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하동의 색다른 맛을 보고 싶다면 차 박물관을 들려 보고 옆에 있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에서 간단한 다도를 가지고 마셔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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