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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7. 2018

여름향기

문경의 고모산성 동행

계절에도 향기가 있다면 어떤 향기가 날까. 개인적으로 겨울은 차가운 미나리를 믹서기에 갈았을 때의 향이 날 것 같고 여름향기는 수박과 풀의 살짝 비릿한 향이 섞인 향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냄새가 다르겠지만 보통은 그런 향이 날 것만 같다. 


지난 12월에 문경을 처음 와본다는 지인과 와보고 고모산성을 처음 와본다. 기찻길이 이어지져 있는 이 곳에 기차가 다닐 때 고모산성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운치가 있었을까. 지금은 철마는 달리지 않고 오미자 테마 터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금은 이곳을 지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먼 과거에는 영남대로의 옛길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던 곳이다. 고모산성과 토끼비리를 중심축으로 매번 오고 가면서 이번에는 과거에 붙어서 집에 당당하게 돌아가야지라고 마음을 먹던 선비들 중 일부만 그 기분을 만끽했을 것이다. 

산성을 이렇게 얼마 올라가지 않고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산성이라 함은 높은 곳에 위치해서 먼 곳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어야 하기에 보통은 주차장 등에서 상당히 많이 올라가야 가는 경우가 많다. 나무의 터널을 거의 지나가고 있다. 

언제 보다도 고모산성의 석축과 서문은 멋스럽다. 지형지세를 그대로 이어주고 있으면서 일부 복원도 되었지만 대부분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소로가 개설되어 있으며 안에는 옛날에 살았던 집도 재현이 되어 있다. 

다시 위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그때 지인은 이곳을 안 올라가려고 했지만 올라가고 나니 좋아하는 모습이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맞다. 말을 바꾸어 말하면 풍경을 백번 보는 의미의 백견은 그곳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담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축을 따라 조금 더 걸어올라 가면 금방 정상에 다다른다. 높은 곳에 오니 다른 고사성어인 농단(壟斷)이 생각난다. 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이 살던 시절에 장에 서고 사람들이 물건을 팔았지만 그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데 시장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언덕에 오른 욕심 많은 사람이 내려다보고 목 좋은 곳에서만 물건을 팔아 많은 이익을 남겼다. 이것이 농단의 기원이다.

사람과 사람이 손잡고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무거운 짐이나 즐거운 것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다. 문경 고모산성의 입구에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장사에서 세금을 매기게 된 것은 맹자에서도 나오는데 천한 사람이 나타나 우뚝 높은 언덕에 올라가 좌우를 살펴보고는 시장의 이익을 가져가 버렸다. 사람들은 모두 이를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때부터 세금을 거두게 된 것이다. 장사에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이 천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시 그곳에 와서 잠시 앉아 본다. 햇살이 뜨겁긴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기에 버틸만하다. 조금 덥다면 아래로 내려가서 쉴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빨리 보고 내려가야겠다. 벌써부터 뒤통수에 땀이 차기 시작한다. 

진남교반의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통으로 뚫린 도로가 시원스럽게 사선으로 내달린다. 역사따라 길 따라 떠나도 좋고 계절 따라 마음따라 떠나도 좋다. 어쨌든 간에 백문이 불여일견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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