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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6. 2018

추억

음성 공산정 고가와 경녕군 부인 김씨 묘소 

기억을 어릴 때로 다시 돌아가 보면 시골에 가면 오래된 고택에서 잠을 잔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무척이나 불편하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그곳에 어릴 때의 추억이 묻어 있었다. 지금은 그곳에 사시는 분들도 없어서 찾아갈 수는 없지만 간혹 여행지에서 그런 곳과 비슷한 곳을 만나기도 한다. 음성 감곡에 있는 공산정 고가는 서정우 가옥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재 이곳을 소유하는 사람은 이동주라고 한다. 


여름에는 대청에 나와서 시원한 얼음을 넣은 수박화채를 먹으면서 더위를 식혀보고 겨울에는 화로를 피우면서 찌개를 끓이고 위에는 소고기 한두 점을 올려놓고 구워먹는 추억이 있는 공간이다. 중요 민속자료 제143호로 지정된 음성 공산정 고가는 19세기 후반에 최초로 건축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세를 그대로 이용하여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의 구조를 맞추기 위해 기단 등을 쌓아서 올렸다. '음성 김주태 가옥'(141호)은 '음성 잿말 고택'으로 '음성 공산정 고가'(143호)는 '음성 공산정 고택'으로 바뀐 것은 2016년으로 문화재청은 중요 민속문화재 지정 명칭 조정안을 30일 간 지정 예고하고 각계의 의견과 문화재위원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마늘이 먹기 좋게 보관되고 있는 이런 고가들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이름을 어떤 식으로 지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민 누구나 알기 쉽도록 현재 소재 행정지명과 함께 문화재 성격을 부여한다고 하는데 원소유자가 높은 벼슬 등에 올랐을 경우 그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하지만 이렇게 지역에 소박한 고가 등으로 남아 있을 때는 그 지역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안채에 들어오니 사람이 사는 냄새가 안쪽부터 나온다. 거주하시는 분이 TV를 틀었는지 안에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고 주변에는 오래된 가재들부터 옛 시절 사용했을 농기구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고가의 안쪽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보라색으로 피어오른 여름꽃이 필자를 맞이해준다. 어떤 꽃은 피었다가 시들었고 어떤 곳은 봉우리를 보이고 있고 어떤 곳을 활짝 피었다. 

장독대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보관되어 있고 어떤 장독대에서는 김치가 익어가고 있다. 김치라는 것은 참 묘한 반찬이다. 만들 때마다 다른 맛을 내고 익어가면서 다른 맛을 선사한다. 음성 공산정 고가가 있는 주변의 지명을 보면 고가의 이름을 명명하게 된 공산정이 있고 둠원골, 당머리들, 작은베낭골들, 넝넘어들, 거등터들등 마을에서 오래 사신 분들만 알 수 있는 정겨운 이름들이다. 

공산정 고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찾기도 힘든 오솔길로 걸어서 올라가면 이정표도 찾기 어려운 샛길을 통과하고 나서 만날 수 있는 묘소가 있다. 조선 태종의 아들이었던 경녕군이라는 왕실 사람의 부인 김씨 묘소가 이곳에 있다. 경녕군의 이름은 이비(李裶)[원문은 李示+非]. 자는 정숙(正淑). 아버지는 태종이며, 어머니는 효빈 김씨(孝嬪金氏)이다.

경녕군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문에 밝아 양녕대군(讓寧大君)·효령대군(孝寧大君)·세종에게 글을 가르쳤으며, 태종·세종·문종·단종·세조의 5조에 걸쳐서 왕실과 국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왔다고 한다. 세종 초에 기생 일타홍(一朶紅)과의 염문이 문제 되어 대간들로부터 여러 번 탄핵받았으나 세종의 비호로 무사하였다. 

그의 부인은 청풍 김씨(淸風金氏)로 김관(金灌)의 딸이다. 안산 군부인으로 봉해졌던 김 씨는 조선 세조 4년(1458)에 삼한 부부인으로 고종 9년(1872)에 청원 부부인으로 추봉 되었다. 보다시피 묘소는 네모지게 호석을 두른 장방형에 묘비, 장명 등, 문인 석등이 갖추어져 있고 왕족 묘소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문인석 흉부에 조각된 특이한 문양이 있다. 경녕군 부인 김씨의 묘소는 음성에 있지만 경녕군의 묘역은 충주시에 있으며 조카가 되는 세조는 경녕군이 죽자 조회와 저자를 3일 동안 정지하고, 부의(賻儀)로 쌀·콩 아울러 1백 석과 종이 2백 권, 정포(正布) 40 필, 백 저포(白苧布) 3 필을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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