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1 영화 다크 나이트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죽다.

손자병법 11번째 전략인 이대도강은 남을 대신하여 과오를 짊어지거나 작은 손실을 통해 결정적인 승리를 한다는 책략이다. 이대도강의 계책은 손빈이 전기 장군에게 제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손빈은 같이 귀곡선생 문하에서 공부를 했던 위나라 장수 방연에 의해 빈형을 받고 감옥에 갇혔지만 탈옥하여 제나라의 장군 전기의 문객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국시대에는 귀족들 사이에 마차 세 대로 경주하여 승패를 가리는 내기가 성행했는데 전기 장군은 경주에 참가했으나 번번이 지곤 했다. 손빈은 이때 전기장군에게 이대도강의 계책을 제안한다. 경주에서 반드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상등마, 중등마, 하등마를 활용한 계책이다. 비슷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상대편과의 경기에서 “우리 편 하등마를 상대편 상등마와 경주를 시키고, 상등마를 상대편 중등마와 경주하고 마지막으로 우리 편 중등마를 상대편 하등마와 경주시킨다면 2대 1로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1.JPG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는 배트맨의 상대역인 빌런(악역)으로 걸출한 두뇌의 소유자 조커가 등장한다. 조커의 경우 자신이 악을 행함에 있어서 별다른 동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인간에 대해 성악설을 믿는 자이며 배트맨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재미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재물에 별다른 관심도 없다. 이런 캐릭터를 상대함에 있어서 배트맨과 검사인 하비 덴트는 서로를 희생한다. 고담시의 절대 선을 지키기 위해 작은 선을 희생시키는 계책을 세운다.


히어로 중에서 자신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활동하는 캐릭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도 있다. 전자로 대표적인 히어로는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판타스틱 4등이 있고 후자의 대표적인 히어로는 배트맨, 스파이더맨, 그린랜턴, 슈퍼맨 등이 있다.


335008.jpg

고담시에서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히어로서의 경력은 끝이 나는 분위기이다. 조커는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배트맨의 정체를 밝히라는 협박을 한다. 순수한 선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는 하비 덴트는 그 모든 리스크를 껴앉고 자신이 배트맨임을 밝힌다. 조커는 이 모든 상황을 꽤 뚫어보았는지 경찰에 의해 보호되던 하비 덴트를 납치한다.


조커는 배트맨보다 검사인 하비 덴트보다 한 발 앞선 캐릭터로 영화 다크 나이트에 철학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고담시를 지키고 선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 현실의 영웅 하비 덴트를 만들고 고담을 스스로 선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한다. 비밀스러운 영웅이 있어서는 고담이 스스로 정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배트맨은 자신이 악당이 된다. 조커는 도박을 한다. 일반 사람들이 탄 배와 죄수들이 탄 배 모두에 폭탄을 설치하고 데드라인을 정해놓는다. 죽기 싫어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상 분명히 상대방을 먼저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외로 고민하는 쪽은 일반 시민 쪽이고 죄수들은 폭탄 스위치를 던져 버린다.


335024.jpg

사람들은 때론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비 덴트는 고담시에서 가장 깨끗한 인물이며 어떠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는 검사다. 고담의 유일선을 상징하는 인물이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고담시를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조커의 계략에 걸려 자신의 얼굴의 반이 모두 타 버리고 자신의 약혼자는 죽게 된다. 그 죄책감에 경찰 조직의 일부와 사회가 부패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빌런으로 변해간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사회 악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동전 하나로 목숨을 결정한다. 그렇게 폭주하던 하비 덴트는 외진 곳에서 제임스 고든 가족을 인질 삼아 인질극을 벌인다. 현장에 도착한 배트맨은 하비 덴트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이미 컨트롤이 안 되는 하비 덴트는 죽음을 맞게 된다.


고담 시민들의 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비 덴트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배트맨은 영원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고담 시민들은 배트맨을 범죄자로 기억하고 하비 덴트는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하게 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신라의 경애왕을 살해한 견훤을 벌하기 위해 친히 군사를 이끌고 내려와 공산에서 후백제군과 큰 전투를 벌였으나 처참하게 패배하였다. 후백제군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왕건이 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았을 때 장수중 신숭겸이 왕건의 옷을 입고 그 역할을 자처하여 포위망을 뚫고 나갔다. 후백제군은 신숭겸을 쫓기 시작했는데 신숭겸은 후백제군에게 잡혀 목이 잘렸다. 덕분에 느슨해진 포위망을 뚫고 왕건은 살아날 수 있었다.


대의에 의해 혹은 사사로운 목적에 의해 대신죄를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이대도강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일어난 온갖 범죄의 원흉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데에는 이 사회에 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명품 조커 연기를 펼친 히스 레저는 이 영화를 찍고 세상을 떠난다. “Why So Serious?"

매거진의 이전글Story 31 영화 타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