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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1. 2018

꽃 같은 시기

花樣年華, 북으로 메워낸 순간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형문화유산의 단아한 멋과 장인의 예술혼을

누구나 꽃 같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어릴 때나 젊었을 때가 가장 꽃 같은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꽃보다 아름다울 때를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인식하고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여름이 시작되고 연달아 더운 온도로 인해 메시지가 날아올 때 대전의 전통을 알리고 이를 보존해가기 위해 만들어진 대전 전통 나래관에서는 특별전이 열렸다. 


<花樣年華, 북으로 메워낸 순간들>은 대전 무형문화재 제12호 악기장(북 메우기) 김관식이 1988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출품한 <평화통일의 북>의 제작 30주년을 기념하며 그 후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이다. 영화 제목으로도 나왔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만개하는 화려한 꽃에 비유하였다. 

대전 전통 나래관은 항상 상설전시를 하는 2층의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를 위해 만들어놓은 3층 기획전시실이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대전 전역에서 우리의 가치를 지켜가면서 무형문화를 이어나가는 분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살아서 우리의 문화를 지켜가는 모습과 대전에서 전해지는 무형문화재를 직접 볼 수 있다. 

술은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술이라면 보통 막걸리나 동동주를 생각하기 쉽지만 영국의 유명한 몰트 위스키의 전통처럼 송순주나 백일주, 안동소주, 진도홍주 등은 역사를 가지고 그 가치를 가진 술이다. 일제가 퇴색시켜서 우리의 술의 가치가 예전만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대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악기장 김관식 보유자를 만날 수 있다. 김관식 보유자가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다. 충남 논산에서 30여 년 간을 북을 제작해온 할아버지와 대전에서 50여 년 간 북을 제작한 아버지를 이어 3대째 북 메우기를 하고 있는 악기장이라고 한다. 

화양연화 북으로 메워낸 순간들은 20일 전시를 시작하여 8월 19일까지 대전 전통 나래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제24회 서울 올림픽, 대전엑스포 ’ 93'는 대전에 큰 변화를 주었다. 대도시로서의 발돋움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변화를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장인의 예술혼이 북에 메워낸 평화와 우정, 화합과 번영의 가치도 그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정신적인 것이다. 육체적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정신적인 것이 스며들어 있는 육체는 아름답다. 그런 정신은 그냥 아무런 노력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 매 순간을 혼을 담아 무언가를 만든 장인의 힘이 스며들어가는 것처럼 육체에도 매 순간 혼을 담아 살아남아야 그런 힘이 스며들어간다. 

김관식 장인의 북을 자세히 보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형문화유산의 단아한 멋과 장인의 예술혼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만든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 자신만이 가진 가치 있는  관련 소장품 및 기록 자료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기에 과거를 회상하는 의미도 있다. 

전통으로 지켜낸 정통이란 산업화나 근대화 속에 물질적인 풍요와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 가운데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은 가치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옛 방식을 고수하며 전통의 맥을 이어온 김관식 악기장에게 북 메우기란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있는 고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이 하나 되어 무언가를 염원하는 일은 최근에 와서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경제발전으로 인한 너무 많은 격차와 평등하지 않은 기회 부여 그리고 성장 주도의 한계에 막혀 한국의 정체상태가 오래도록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계와 벽을 허물고 평화와 우정,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북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는 날을 기다리며 보며 이날 특별전을 감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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